목소리 크던 中 응원단, 이강인 골에 침묵의 '도서관 모드'[현장 메모]

김성수 기자 2024. 6. 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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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경기 내내 목청 높이던 중국 응원단이 이강인의 골에 단체로 침묵에 빠졌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 중국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16분 터진 이강인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차 예선 6경기 5승1무 골득실 +19의 조 1위로 3차 예선을 확정했다. 반면 중국은 지금은 조 2위(승점 8)지만 승점 5점으로 3위인 태국과 최종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조 2위안에 들어야 3차예선 진출이 가능하기에 한국에겐 이기든 지든 상관없는 경기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운명이 달린 경기다. 태국과 싱가포르의 경기는 오후 9시반 킥오프해 진행 중이다.

중국 응원단은 위기 속에서도 일단 해맑았다. 킥오프를 약 2시간 앞둔 오후 6시경, 경기장 남쪽에 자리 잡은 중국 응원단은 북을 울리고 구호를 외치며 사기를 증진시켰다.

이들은 경기장에 울리는 음악 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이른 시간부터 응원가를 부르며 뛰었다. 마지막까지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는 의지 또는 최후의 발악이라는 인상을 주는 응원이었다.

ⓒ연합뉴스

한국은 6일 싱가포르전 7-0 대승을 거뒀던 베스트11에 비해 최전방에 주민규 대신 황희찬이, 황재원 대신 박승욱이 나온 것을 제외하고 변화가 없었다. 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가져온 한국은 전반 19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수비 여럿을 제치고 박스 바로 밖 정면에서 과감한 오른발 낮은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삭혔다.

전반 21분에는 골대와 약 25m 가량 떨어진 중앙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손흥민이 오른발로 직접 슈팅했는데 수비 머리를 살짝 맞고 굴절돼 윗그물을 때리며 골이 되지 않았다. 전반 28분에는 손흥민이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중앙에 있는 이강인에게 패스했고 이강인은 아크서클 정면에서 그대로 왼발 낮은 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 정면에 안기고 말았다.

중국은 전반 34분 박스 바로 밖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왼발로 문전으로 감아올렸고 헤딩을 했지만 제대로 맞지 못해 코너아웃이 됐다. 중국의 위협적이었던 세트피스 기회.

전반 42분에는 중국의 귀화선수 페이 날두가 왼쪽에서 낮은 크로스를 올린 것이 한국 수비 맞고 중국 공격수에게 가는 위기가 나왔지만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아 수비 맞고 나오며 위기를 넘긴 한국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승점을 따거나 적은 실점으로 패해야하기에 시간을 보내는게 유리한 경기. 그렇기에 이날 중국 선수들은 밀집 수비를 하며 전반부터 시간을 끄는 행위가 자주 나왔고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중국 응원단도 상황 하나하나 과하게 반응했다. 전반 31분 한국 미드필더 정우영이 경고를 받을 때 격한 함성을 지르는가 하면 공격하다 자신들과 가까워진 손흥민에게는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그러자 손흥민은 지난해 11월21일 중국 원정으로 열린 C조 3차전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는 의미의 '3-0' 손 제스쳐로 응수했다.

중국 응원단은 또한 전반 추가시간 자신들의 박스 안 위기에서 가까스로 공을 걷어내자 마치 득점이라도 한 것처럼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한국 팬들의 야유가 이어지며 중국의 함성을 덮었다.

후반전에도 여전히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그러자 후반 15분 박승욱과 이재성을 빼고 황재원과 주민규를 투입하며 변화를 선택한 김도훈 임시감독이다.

그러자 바로 결과가 나왔다. 후반 16분 이강인의 대각선 패스가 작렬했고 박스 안 왼쪽에 있던 손흥민에게 갔고 손흥민은 곧바로 중앙으로 낮은 패스를 했다. 처음에는 주민규와 황인범의 발에 맞지 못했지만 문전 쇄도한 이강인의 왼발 슈팅이 작렬하며 한국이 결승골을 가져갔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떠들썩하던 중국 응원단은 이강인의 골이 들어가자 도서관이 됐다. 월드컵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충격에 빠져 침묵을 지키는 중국 관중들의 모습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무방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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