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서 두번쨰로 빠르게 성장한 크로아티아…비결은 유로존 편입"

김인엽 2024. 6. 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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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21년부터 3년 간 유럽연합(EU)에서 몰타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연평균 7.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 한·크로아티아 비즈니스 포럼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크로아티아 경제의 성장 동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편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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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이티아 중앙은행 총재 인터뷰
"유로존 편입 이후 환리스크 줄고 시장 확대
관광 활성화로 실질 소득·소비 빠르게 회복
해상허브 크로아티아, 이상적 유럽 투자 거점
ECB 피벗 영향 크지 않을것…긴축 유지해야"
최근 한·크로아티아 비즈니스 포럼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하고있다. 주한크로이티아대사관 제공

크로아티아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21년부터 3년 간 유럽연합(EU)에서 몰타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연평균 7.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 한·크로아티아 비즈니스 포럼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크로아티아 경제의 성장 동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편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이치츠 총재는 “지난해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환리스크가 해소됐으며, 솅겐조약에 가입해 4억5000만명에 달하는 시장에 완전히 통합됐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부이치츠 총재는 지난 6일 ECB 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한 만큼 충분히 통화 긴축 정책을 오래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크로아티아가 지난해 높은 성장세를 보인 비결은
“크로아티아는 2021년부터 3년 간 EU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두 나라 중 하나였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모두 증가했고 서비스는 주로 관광업 덕분이었다”

▷크로아티아 국내 경제는 어땠나
“실질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소비가 빠르게 회복했다. 전 유럽에서 2022년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1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실질소득이 증가하자 국내 소비가 늘었고, 그 결과 노동시장이 매우 강하게 성장했다”

▷강한 노동시장의 문제는 없나
“국내 노동시장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노동력을 수입해야했고, 지난 3~4년 간 노동력 부족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이민자들이 크로아티아로 들어왔다.

▷이러한 노동시장은 크로아티아 물가 상승률이 다른 유럽보다 높은 이유인가
”그렇다. 강력한 성장과 실질 소득의 증가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한 해외 수요가 높은 탓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세분화해보면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부문은 관광이다. 이는 국내보다 해외 수요와 관련이 있고 숙박, 여행, 음식점 등에서 가장 빠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크로아티아(초록색 선)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파란색)의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 추이. 유로스탯

▷크로아티아가 지난해 유로존으로 편입됐는데, 그 이점은
”유로존에 들어간 이후 환리스크가 제거됐다. 또 다른 좋은 점은 솅겐 조약에 가입함으로써 4억5000만명의 시장에 완전히 통합됐다는 것이다“

▷크로아티아 입장에선 통화정책의 수단을 잃은 것 아닌가
”보통 나는 ‘우리가 가진 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잃은 것도 많지 않다’고 얘기한다. 크로아티아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중앙은행이 가진 문제는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ECB같은 이웃 대형 중앙은행의 정책을 따라가야한다는 점이다“

▷한국 중앙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결정을 따라가는 것과 비슷한가
”비슷하다. 크로아티아의 경우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ECB가 양적완화(QE)를 할 때,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의 절상을 막기 위해 크로아티아는 유로화를 사들여야 했고 그다지 독립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ECB의 정책에 따라갔다. 또 크로아티아와 유럽의 비즈니스 사이클은 매우 동기화돼있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 주요 거래 파트너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수단을 잃은 것보다 유로화 편입 이점이 더 큰가
”크로아티아는 환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훨씬 좋은 상황이다. 좋은 시기에서는 유로존 회원국의 혜택은 크지 않다. 하지만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소규모 개방 경제다. 외환 시장에서 투기 압력이 발생하면 시장에 개입해 금리가 상승하도록 허용해야 했다. 하지만 유로존 편입 이후에는 이런 압력이 사라졌다.“

▷구체적인 예시가 있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2008~2009년에는 통화정책에 많이 개입하고, 긴축을 통해 (투기) 압력을 방어해야 했다. 2020년에는 이미 유로존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고 ECB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개되면서 국내 통화에 대한 강한 압력이 있었지만 스왑 협정이 발표되자마자 투기가 중단됐다. 더 이상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 없을 때 이득이 없다는 걸 투기꾼들이 알았기 때문이다.“

▷유럽 투자 거점으로서 크로아티아의 이점은
”유럽 지역의 해상 허브인 크로아티아는 중부 유럽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독일 남부 등과 인접해있다. 매우 경쟁력 있는 노동력을 갖추고 있으며 세제혜택도 크다. 제조업, 정보기술(ICT) 산업 등은 향후 5년 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드리아해를 접한 중부 유럽국 크로아티아는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상적인 수출 전전기지로 꼽힌다. /구글 지도

▷지난 6일 ECB의 금리 인하가 크로아티아에 미칠 영향은
”이미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통화 정책 결정을 예상하면서 신규 대출 금리가 매우 완만하게 내려가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에 첫 번째 금리 인하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Fed보다 ECB가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우리는 유럽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분명히 미국이 아닌 우리의 데이터, 디플레이션 경로를 살펴볼 것이다. Fed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Fed가 ECB보다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유럽 자본이 미국으로 더 유출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금리 수준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25~5.5%) 그 차이가 0.25%포인트 확대되는 것은 큰 변화가 아니다. 물론 그 차이가 너무 커지면 유럽에서 자본이 더 많이 유출되고 환율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유럽의 경기 침체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 큰가
”유럽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 궤적의 저점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 회복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할 수 있도록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범위에서 유지해야 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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