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청장 “관료주의로 고통” 사직

윤기은 기자 2024. 6. 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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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정부 내분 심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파괴된 기반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크라이나 국가기반시설 재건·개발청(재건청) 수장이 취임 1년5개월 만에 사직했다. 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행정부의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스타파 나옘 우크라이나 재건청장은 1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지속적인 반대, 저항 때문에 내 의무를 효과적으로 완수할 수 없다”며 직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초대 청장으로 부임한 그는 “관료주의적 지체로 고통을 받는다”며 “그런 지체 때문에 시장, 지방당국,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제2의 마셜플랜’이라고 불리는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전쟁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일을 총괄하기 위해 재건청을 신설했다.

나옘 청장은 특히 지난달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이 해임되면서 업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도로 복원 정비사업의 예산 배정이 전면 취소됐고, 재건청 직원의 임금이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쿠브라코우 장관을 경질하면서 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소식통이 쿠브라코우 장관 해임을 “이미지 측면에서 볼 때 약간의 재앙”이라고 논평했다고 전하면서, 나옘 청장이 11~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를 앞두고 사임한 것은 이 재앙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 재건 회의에선 서방국이 투자할 95개 프로젝트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논의될 예정이다. 나옘 청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핵심 실무자로 활동해왔으나 이번 회의의 참석자 명단에서 빠져 사실상 사임하라는 압박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들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고위 관료들을 해임했지만 부패 사건과 상관없는 관료들도 경질 대상이 됐다. 지난 2월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을 비롯해 자신의 측근인 세르히 셰피르 대통령 제1보좌관 등 6명의 보좌관과 5명의 고문도 경질하며 내각 개편에 나섰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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