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이틀째 중단…긴장 소강 국면

확성기 세운 북, 방송은 안 해
9일 북한군 DMZ 침범 때도
서로 대응 최소화 ‘수위 조절’
‘강 대 강’ 대치 우려는 여전

임진강 초소에 대남 확성기 추정 시설물 11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 초소 인근에 확성기로 추정되는 대형 시설물(원)이 설치돼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남북이 11일 접경지역에서 서로를 겨냥한 확성기 방송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의 잇단 대남풍선 살포와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및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고조된 긴장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와 군사분계선(MDL) 일대 군사훈련 등 남북 간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다.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고 2시간 동안 진행한 뒤,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연속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북한도 전날 대남 확성기 방송 장비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이날까지 실제 방송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상대를 향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 일부가 지난 9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을 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사실을 공개했다. 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군은 물러났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은 “DMZ는 수풀이 우거져 있고 MDL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여러 정보를 통해 단순 침범이라고 평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긴장 고조 빌미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가 전날 제3차 핵협의그룹(NCG)을 진행한 뒤 발표한 공동언론성명에는 북한을 직접 자극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 개최한 1·2차 회의 후 발표한 공동언론성명에서 “북한이 핵공격을 한다면 ‘북한 정권’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과 대비된다. 한·미가 상황 관리를 위해 기존보다 대북 메시지 수위를 낮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9일 내놓은 담화에서 향후 ‘새로운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남측이)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 추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면서 사안을 일단락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언론은 지난 10일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몇주 내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진다면 푸틴 대통령이 방북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남북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남측 탈북민단체 등이 대북전단을 다시 살포한다면, 북한도 대남 풍선이나 다른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면서 MDL과 서북도서 일대에서 군사훈련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비화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