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외면·봐주기 일관…권익위, 부끄러운 줄 알라”

김송이 기자 2024. 6.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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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상식 무시” 비판
SNS선 “권익위 아닌 건익위”

서울 관악구에 사는 최모씨는 지난 3월 종로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를 찾아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성역 없이 조사해달라며 민원을 냈다. 3개월이 흐른 지난 10일 최씨는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며 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최씨는 11일 “권익위 공문 아래에는 ‘부정과 반칙이 사라진다’고 쓰여 있는데 부정과 반칙은 그대로고 변화를 원했던 시민들의 요구는 응답받지 못했다”며 “지연과 외면, 봐주기로 일관한 권익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권익위의 결정이 ‘공직자와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는 국민적 상식을 무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전날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는 종로구 직장인 유모씨(39)는 “앞으로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이 아니라 배우자가 뇌물을 받은 것이라고 할 때마다 이번과 똑같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냐”며 “그럴 거면 청탁금지법은 왜 있고 윤리규정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익위 결과 발표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48)는 “김 여사가 에코백을 들고 해외 순방에 나선 날 정말 공교롭게도 권익위가 ‘위반 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면서 “시간만 끌다가 대통령 부부가 없으니 발표하는 게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권익위가 범죄세탁소인가” “권익위는 오타고 ‘건익위’(김건희 권익위원회) 아니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X(구 트위터) 이용자는 “권익위가 디올 가방을 에코백으로 보나 보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디올 가방을 선물로 받아도 된다고 하니 많이들 받으시라”고 비꼬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권익위가) 이를 이유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면 6개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권익위는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외면한 것을 반성하고 지금까지 확인한 모든 내용을 신속히 국민 앞에 공개해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패방지 주무기관인 권익위가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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