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유럽도 ‘이대남’ 현상?…왜 젊은 남성은 보수가 됐나
[앵커]
유럽의회 선거 결과 중도 세력이 과반을 유지할 것으로는 보이는 가운데, 강경 우파가 약진한 거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보수에 표를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 우파의 돌풍이 확인됐는데, 특히 프랑스의 20대 젊은 정치인인 바르델라가 크게 주목받았죠?
[기자]
조르당 바르델라는 프랑스 국민연합의 대표로 올해 스물 아홉의 젊은 정치인입니다.
마리 르펜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국민연합은 유럽연합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강경 우파 정당인데요.
르펜은 바르델라 대표를 차기 프랑스 총리로 밀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유럽연합 선거에서 젊은 층의 바르델라에 대한 지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바르델라가 연설하는 곳마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조르당 바르델라/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현지 시각 9일 : "오늘 밤, 프랑스에 희망의 바람이 불었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틱톡과 인스타 등 SNS 팔로워만 200만이 넘는 바르델라는 선거 캠페인도 SNS를 통해 젊은 층을 공략했습니다.
국민연합은 반이민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요.
또 EU 차원의 환경 규제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반이민 정책과 함께 20대 젊은 대표를 간판으로 내걸면서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낸 건데요.
열여덟 살에서 서른 네살 사이의 젊은 층 32% 정도가 국민연합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프랑스뿐만이 아니죠, 네덜란드나 독일 등에서도 젊은층이 대거 강경 우파에 표를 줬어요?
[기자]
젊은 층은 중년이나 노령층보다 비교적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선거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젊은 층의 강경 보수 지지 현상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나타났는데요.
이탈리아에서는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이 승리했습니다.
멜로니는 반이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 뚜렷한 극우 성향을 가진 정치인으로 최근에는 친유럽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강경우파 정당이 1위를 차지했고,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강경우파인 자유당(PVV)과 독일대안당(AfD)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의석수가 많이 배정된 국가에서 강경 우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청년층의 경우 최근 있었던 선거와 비교했을 때 강경 우파를 지지하는 수가 더 늘어났고, 3~40대 중년층보다 강경 우파에 더 많은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강경 우파에 표를 준 청년 가운데 남성의 비중이 높았던 거죠?
여성들은 비교적 진보성향에 투표를 했어요?
[기자]
강경 우파를 지지하는 젊은 층 가운데 상당수가 남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남녀의 성향 차이를 두고 유럽 보수 정당에서는 젊은 남성을 겨냥해 '진정한 남자는 보수'라며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막시밀리안 크라/독일대안당(AfD) 의원 : "진정한 남자는 우파입니다. 내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독일 강경 우파 정당인 독일대안당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이 올린 영상입니다.
이 의원은 나치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런 논란에도 독일대안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 겁니다.
또, 핀란드의 강경 우파인 핀란드당과 벨기에의 우파 민족주의 정당인 플레미시에 표를 준 남성 청년들의 수치가 젊은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녹색당 등 진보 성향의 정당에도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20대 젊은 남성이 보수화되고 있는 이른바 '이대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 청년들 가운데 젊은 남성들이 강경 우파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유럽 현지 언론들은 젊은 층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과 밀려 들어오는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라자르 포트레빅/헝가리인/25세 : "제 생각에는 유럽이 그렇게 많은 이민자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자 문제가 우파에 투표한 이유인가요?) 저는 상식에 투표한 겁니다."]
최근 유럽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와 비교해 뒤쳐진 데다가 사회 분위기도 복지를 강조하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경제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이민자들은 늘어나고,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지는 상황을 젊은 층,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성세대에 대한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는 건데, 좌우를 떠나서 신선해 보이는 대안 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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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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