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난 국회, 민의를 외면하다

문광호 기자 2024. 6. 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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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개원 6일 만에 의장 사퇴 촉구
상임위 보이콧·특위만 운영하기로
시행령 개정 카드로 야당에 맞대응
“야당 독주, 정당성 약화” 비판도

22대 국회가 개원과 동시에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쌓고 있다. 지난 5일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한 데 이어 개원 6일 만인 11일 국민의힘이 제헌국회 이래 가장 빠른 시점에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횟수도 이번 국회에서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정치 실종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11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단독 선출 후폭풍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 다음날인 이날부터 상임위를 전면 가동하고 야당 단독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원구성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남은 7개 상임위원장도 같은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고 15개의 자체 특별위원회를 꾸려 현안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특위와 당정 협의, 적극적인 시행령 개정 논의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두 축인 국회와 정부가 따로 운영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역대 국회에서 가장 빠른 시점에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과정에서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108명 모두의 의견을 당론으로 모아서 하겠다”고 말하고 의원들로부터 박수로 추인을 받았다.

사퇴 촉구안 발의는 지난 5일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지 6일 만이다. 앞서 가장 이른 시기에 발의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보다 79일 이른 시점이다. 직전 21대 국회 후반기에는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 취임 88일 만에 국민의힘이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는 1948년 제헌국회 이래 처음으로 100일도 채 되지 않아 의장 사퇴를 촉구한 것이었는데 이번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헌정사 초유의 사태 배경에는 극한으로 치닫는 여야 대치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했다. 여당 불참으로 ‘반쪽 개원’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날 역시 역대 처음으로 국회의장 선출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국회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모두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후로도 초유의 불명예 기록은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안팎의 비판에도 상임위 일정에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불참이 장기화할수록 불명예 기록도 함께 쌓인다. 국민의힘은 국회에 속한 입법권을 제쳐두고 당정 협의로 시행령 개정에 적극 나서는 ‘시행령 정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개원 전 여당 의원들을 향해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아무리 압도적 의석수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의석수로 독주하면 결정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야권도 정치 실종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여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은 집권여당으로서는 상당히 무책임한 태도일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여야 대치를 부추기는 효과를 냈다는 점도 짚어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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