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더럽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다면?

권대익 2024. 6. 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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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강박장애, 20~30대 젊은 환자가 가장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생각이나 행동으로 고통을 겪는 상태를 '강박장애'라고 한다. 강박장애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치료해야 한다.

이지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장애의 한 종류인 강박장애는 고통스러운 증상이지만 전문가에게 체계적인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호전된다”고 했다.

강박장애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강박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3만152명이며, 20~30대가 가장 많았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더 많았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박장애는 보통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많이 발병한다”며 “20~30대에서 강박장애가 가장 많은 이유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발병해 치료받지 않고 있다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해져 20~30대에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박장애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이나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박장애의 주요 유형은 오염에 대한 강박적 사고,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유형, 물건을 정리하는 유형, 특정 행동이나 언어를 반복하는 유형, 물건을 수집하는 유형 등이 있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강박장애는 ①오염-청결 강박 사고다. 반복적으로 씻거나 닦고 청소하는 강박 행동이 나타난다. 손이 자꾸 더럽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손을 씻거나, 샤워를 하다가 아직 더러운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 씻다가 1~2시간 동안 샤워를 하기도 한다. 더럽다는 생각에 문고리를 잡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 물건을 잘 만지지 못하거나, 남들이 내 물건을 더럽힌다는 생각에 누가 내 물건을 만지면 발작하듯이 불안이 증폭되기도 한다.

②지속 확인 유형이 그 다음으로 많다. 무언가를 자꾸 확인하는 유형인데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 같아 거듭 확인하거나, 가스를 잠그지 않은 것 같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지속적으로 어떤 실수나 사고를 의심하고 확인해야 하고, 확인했는데도 예방하기 위해 또 확인해야 한다.

③물건 정리 유형도 있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물건들을 배열하거나 정리해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꼭 대칭이 맞아야 한다거나, 조금만 어긋났으면 너무 불안하고, 누군가 흐트려 놓으면 못 견디기도 한다.

④특정 행동‧언어 반복 유형도 있다. 특정 행동이나 언어를 반복하는 것으로 ‘강박적 의식’이라고도 한다. 특정 숫자를 반복적으로 세거나, 뭔가를 하기 전에 특정 말을 해야 하거나 특정 의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꼭 다리를 반복적으로 17번 움직여야 하고 ‘좋은 아침입니다’를 3번 외치고 일어나고, 아무리 늦잠을 자고 지각할 것 같아도 그 반복 행동을 해야지만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⑤물건 수집 유형이다. ‘저장 유형’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물건이든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강박 사고에 의해 버리지 못하고 모으게 되는 증상이다. 집에 있는 쓰레기를 못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 눈에 띄는 쓰레기도 주워 집에 모아두기도 한다. 누군가 몰래 버리면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쓰레기들로 인해 거주 공간이 좁아지고 비위생적이더라도 그 저장 행동을 고치지 못한다.

강박장애를 치료하려면 약물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약물로는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4~6주 후에 효과가 나타나고 8~16주 뒤에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인지 행동 치료는 강박 사고를 일으키는 상황에 노출시킨 후 회피하거나 강박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과 비합리적인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인지 재구조화 기법’이 쓰인다.

이지원 교수는 “강박장애는 갈수록 일상생활에 지장이 커지므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가족과 지인들의 지지와 이해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되며, 강박장애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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