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육성·관광 창업이 저출산 지원?”...‘47조 예산’ 절반, 엉뚱한 데 쓰였다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4. 6. 1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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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스쿨,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관광사업체 창업지원사업.

안수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 단열성능 개선, 태양열 설비 설치지원 목적으로 저출생과 연관성이 없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이 2021년, 2022년 저출생 사업으로 분류돼 2조1000억원이 저출생 예산으로 잡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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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스쿨,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관광사업체 창업지원사업. 저출생과 무관한 저출생 대응 예산들이다. 지난해 집행된 저출생 대응 예산 중 절반이 저출생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년간 3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저출생 대응을 위해 쏟아부었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정부 정책의 ‘민낯’이다. ‘백화점’식이던 저출생 예산의 전면 재구조화를 통해 최적의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저출산 예산 재구조화 필요성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한성민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지난해 집행된 저출생 대응과제 142개에 투입된 예산 47조원 중 저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핵심 과제 예산은 23조5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142개 사업 47조원 중 저출생과 연관성이 낮은 58개 사업 23조5000억원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세부 사업이 저출생 대책에 포함돼 있던 점이 지금까지지 저출생 대응 사업의 성과가 낮은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안수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 단열성능 개선, 태양열 설비 설치지원 목적으로 저출생과 연관성이 없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이 2021년, 2022년 저출생 사업으로 분류돼 2조1000억원이 저출생 예산으로 잡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청년과 기업, 정부가 공동으로 적립해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도 2021년과 2022년 저출생 대책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2조7000억원이다. 또 내일배움카드사업, 웹툰창작·교육공간 조성사업,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 군인인건비·군무원인건비, 근로자 휴가비 지원사업, 관광사업체 창업지원사업 등 저출생과 연결고리가 약한 사업들까지 대거 저출생 대응 사업에 포함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부풀려진 저출산 과제·예산을 정리하고, 연관성이 큰 정책과제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출생률을 보면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간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적었다는 점이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 초저출생의 시급성과 예산 제약 등을 고려할 때 저출생에 효과적이라고 인식되는 일·가정 양립과 돌봄·양육지원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며 20조원 이상 투입된 주거지원은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연구 센터장은 “범부처 사업을 취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기획부터 성과 제고, 재정 운용까지 사업 운용 전반을 책임지는 중앙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 설계·집행 과정에서 정책수요자의 관점을 반영하고, 만족도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정책에 반영하는 정책 환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저출생과 직결된 핵심사업 예산이 전체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보면 그간의 정부 재정투입이 과연 충분했었는지, 그리고 효율적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며 “정책 우선순위와 성과에 따른 예산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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