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 확대될 해양 기후재해…어떻게 할 것인가

기자 2024. 6. 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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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로 인한 폭염이나 혹한, 폭우 등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현상들은 바다와 연관이 있다.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많은 오염물질을 희석시켜왔던 것처럼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하면서 온실 효과도 완충시켜 왔다. 바다는 대기보다 50배 정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4분 1에서 3분의 1 정도를 흡수하고 있다. 만약 바다가 없었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1.5~2배 정도 높아져 온실 효과는 지금보다 훨씬 강했을 것이다. 바다는 대기보다 열을 약 18배 더 잘 흡수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실 효과로 지구에 축적된 열의 93% 정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약 4%의 열만 땅과 공기를 데우는 데, 3%만 빙하나 빙붕 해빙을 녹이는 데 쓰였으니, 만약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 이후 해표면 온도는 1도 정도 올랐고 깊은 곳으로 갈수록 증가폭은 줄어든다. 바다로 들어간 열은 바닷물의 부피를 늘려 빙하나 빙붕의 융해와 함께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데, 지금까지 일어난 해수면 증가 중 3분의 1 정도가 이 부피 증가 때문이다. 바다는 땅에 비해 변화 폭이 작아 조그만 온도 변화에도 해양생태계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구온난화로 21세기 안에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대표 수산물도 바뀔 것이다. 겨울이 짧아지면서 추워야 잘 크는 김은 기르기가 갈수록 힘들어져 우리 식탁에서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남획의 영향도 크지만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사라져 가고 있다. 이 명태의 빈자리는 해마다 부침은 있지만 난대성 어종인 고등어와 오징어, 멸치, 방어가 채우고 있는데, 이와 함께 유해한 노무라입깃해파리나 바다뱀, 파란고리문어 등도 늘어나고 있다.

물고기처럼 움직이는 것들은 적합한 환경을 찾아 이동할 수 있지만 해조류나 산호처럼 한 곳에 부착해서 사는 생물들은 수온이 올라가면 큰 피해를 입는다. 겨울과 봄에 제주도와 우리나라 남서해안으로 떠내려오는 괭생이모자반도 수온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외에 수온 상승으로 인해 해양열파와 빈산소해역 확장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해양 기후재해는 더 빈번해지고 확대될 것이다.

바다는 지구온난화에 대응 즉 완화시킬 기회도 제공한다. 맹그로브나 염습지, 잘피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식물을 보호하고 확장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를 길러 바이오에너지를 생산,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는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화력발전소, 석유화학단지나 철강소 등 탄소 발생시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층에 저장하려는 시도도 있다. 상승기류에 바닷소금으로 만든 에어로졸을 뿌려 구름을 밝게 만들거나 해수면에 작은 공기방울들을 만들어서 태양빛 반사도를 높이는 방법 등도 연구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 아직은 시작 단계라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 사회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개인이나 각국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차치하고라도, 탄소중립에 이르면 지구온난화는 과연 사라질까? 이산화탄소를 줄이더라도 그동안 바다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열이 대기로 다시 방출되면서 원하는 효과가 계속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남용해온 바다의 복수라고 하면 과장일까?

박영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순환기후연구부 책임연구원

박영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순환기후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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