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다소 개선… 고금리에 내수는 회복 못해”

이희경 2024. 6. 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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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제동향’ 발표
2023년 12월부터 ‘내수 둔화·부진’ 진단
고금리 기조에 소비 하락 등 지표 악화
설비·건설투자도 감소·둔화흐름 지속
수출만 반도체 중심 증가로 경기 지탱
4월 경상수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
외국인 배당 늘어 2.9억달러 ‘마이너스’
대전에서 닭발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낮에도 손님을 받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오후 4~5시부터 문을 열었지만 최근 매출이 계속 떨어지자 고육지책으로 낮에 돈가스 등을 팔기로 한 것. A씨는 “가게 근처에 아파트와 관공서가 있어 상권이 나쁘지 않은데 지난달부터 매출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며 “하루에 테이블 2~3개만 받은 적도 있다.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더뎌진 내수 회복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증가세를 기록하며 경기 회복세를 보이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소비·투자부문으로 온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기계류 수입·주택 인허가 등 선행지표 역시 좋지 않아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의 내수 둔화·부진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KDI는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등 고금리 기조는 내수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소매판매와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건설투자도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내수 지표를 보면 민간소비와 연관이 큰 소매판매는 지난 4월 들어 전월 대비 1.2% 줄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도 3월 3.4% 감소한 데 이어 4월 2.6% 줄어드는 등 고금리 기조로 소비 여력이 약화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비스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생산도 4월 들어 각각 2.4%, 1.1% 감소했다.

기업이 주도하는 설비투자는 4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2.3% 줄었다. 기계류(-4.3%)와 특수산업용 기계(-12.0%)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다. 아울러 5월 기계류 수입액이 17.5% 감소하는 등 선행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건설투자 역시 둔화 흐름이 지속됐다. 4월 건설기성(불변)은 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말 이후 건설수주 부진이 누적된 결과다.

KDI는 다만 5월 수출(11.7%)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취업자 수 역시 제조업 회복세로 26만1000명 늘어 전월(17만3000명)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다만, 도소매업에서 3만9000명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3월 15만6000명에서 4월 14만9000명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한편, 경상수지는 4월 들어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에게 지급한 해외 배당이 늘고 상품수지 흑자 폭은 줄어든 영향이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13억7000만달러 적자 후 12개월 만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5월(23억달러) 이후 올해 3월까지 11개월간 흑자 행렬을 이어왔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4월 51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1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3월(80억달러)보다 흑자폭이 31억달러 넘게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16억6000만달러 적자로 24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지만, 3월 적자(-24억3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여행수지도 8억2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다만 동남아·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여행수입이 확대되면서 전월(-10억7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본원소득수지는 33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배당소득수지가 35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여파다. 이는 2021년 4월(44억8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수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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