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논의해야”
미 ETF 상장 승인, 시장 성장의 계기…영국·홍콩 등 잇단 추진
7월 시행 ‘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과정서 명확한 규정 필요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화두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예상을 깨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가상자산은 사실상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고금리에 위축됐던 가상자산 투자심리도 ETF발 랠리에 힘입어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홍콩 등에서도 잇따라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추진하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다음달부터 시행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상장·중개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빗 본사에서 만난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ETF는 변동성이 축소되고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며 “가상자산 증권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는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김민승 센터장과 함께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그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이 ETF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자산군 중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ETF를 통한 기관 자금이라는 이슈가 여전히 (가격의)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에 대해선 “국내 투자자들은 다른 글로벌 국가들에 비해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지만, 기관 자금이 ETF가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들어오는 만큼 알트코인의 불장(상승장) 가능성은 이전보다 적을 것”이라며 “법인(기관투자가)이 들어와야 알트코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거래 집중도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조해왔던 미 금융당국이 현물 ETF를 승인한 이유에 대해 최 센터장은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현물 ETF 승인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이더리움 선물 ETF가 (사전에) 승인을 받고 거래가 됐다”면서 “다음 승인 타깃을 보기 위해선 선물 기반 ETF가 있는지 봐야 하지만, 아직까진 미국에서 다른 알트코인 기반 선물 ETF가 없고 그에 대한 소식도 없다”고 했다. 이어 “증권성 이슈 등이 해결돼야 다른 알트코인에서도 선물 ETF, 현물 ETF 발행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처럼 공급량이 정해져 있고 소유에 따른 보상이 없다면 비증권으로, 공급량 조절이 가능하고 보유 시 이자·배당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증권으로 간주된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간주되면 상품 승인·운영에 있어 금융당국의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최 센터장은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 대해 “7월부터 시행되는 규제의 여파 등을 모니터링한 뒤에 (도입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승인되는 것은 자금 편입에 따른 수혜 측면에선 호재이지만 어떤 참여자가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력이 큰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존 플레이어(시장참여자)들이 상대적인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대해선 “가상자산 상장, 발행 공시를 어떻게 하고 가상자산의 증권성은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2단계 입법 추진 과정에서 함께 되는 것”이라며 “업계 발전에 있어 명확한 규제를 만들어 불투명한 부분을 해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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