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최태원 회장이 잃은 것은 ‘재산분할액’만이 아니다[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기자 2024. 6.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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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 간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산 분할액이 1조3800억원으로 결정되면서 SK의 지배권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지주회사인 SK(주)의 주가가 급등했다. 재산 분할 판결에 따른 현금 확보를 위해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주식을 팔게 되면 지배권이 약화된다. 그러면 SK그룹을 갖기 위해 누군가가 SK(주) 주식을 매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실제로 21년 전인 2003년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이 SK(주)의 주식을 14.99%까지 확보하면서 지배권을 크게 위협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SK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또한 이렇게 재산분할액이 많아진 것은 노소영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덕분에 SK가 성장을 했다는 판단이 이면에 깔렸기 때문이다. 법원이 정격유착을 인정한 셈이 되었으니 재벌 총수의 개인사로 인해 기업 이미지까지 크게 악영향을 받았다.

재산분할액도 크고 재벌 총수 집안의 이혼이다 보니 ‘세기의 이혼’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다. 사실 부부 사이에 자녀 3명이 있고 현재 최 회장 동거인과는 1명이 있어서 가족들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속이 편할 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기업 총수가 개인사로 인해 계속 언론에 오르내리니 SK그룹 구성원들 또한 꽤나 신경이 쓰일 것이다. 모든 게 빨리 끝나서 잊히기를 원하겠지만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괴로운 시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주)의 분기보고서에서 주주 구성을 찾아보면 최 회장이 17.73%,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6.58%, 그 외 특수관계자가 1.25%이다. 즉 최대주주인 최 회장과 특수관계자 모두를 포함하면 25.56%가 된다. 보고서상으로는 25.57%인데 노 관장의 지분 0.01%가 곧 특수관계자에서 빠질 것으로 보여서 제외했다. 그룹을 장악할 정도의 지분율은 안 돼 보일 수 있지만 SK(주)가 취득해서 갖고 있는 자사주가 발행 주식수 대비 무려 25.5%라서 지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 회장 입장에서 재산분할액 1조3800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SK(주)의 시가총액이 12조원 정도이므로 1조3800억원은 약 11.5%에 해당한다. 최 회장이 그 정도의 지분을 매각해서 재산분할액을 마련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보유 지분 중 10.48%가 담보계약이나 질권설정 등으로 제공된 상태라 마음대로 파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한 양도소득세 부담도 있다.

결국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주) 비상장주식 29.4%를 매각하거나 상장시켜서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이 주식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유동화한 상태지만 소유권을 갖고 있어서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가능하다.

어떻게 해서든 지배권을 지켜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최 회장은 명성이나 그룹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많은 것을 잃을 듯하다. 세간의 관심은 재산분할액 마련과 SK지배구조, 향후 행보 등에 있지만 사실은 가정의달에 소중한 가정이 해체되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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