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너머의 진실 [책이 된 웹소설: 괴담 호텔 탈출기]

김상훈 기자 2024. 6.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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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
문이 열리면 보이는 공포
나약함 이기면 보이는 것
호텔 방 너머에 있는 공포는 주인공들의 정신력을 시험한다.[사진=펙셀]

한 웹소설 연재사이트에서 열린 공모전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과 300여명이 보던 작품이 본선에 진출한다. 거기서 장려상을 수상한 작가는 묵묵하게 글을 쓰며 팬을 끌어모으기 시작해 올해 3월 마침내 1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쿠크루 작가의 「괴담 호텔 탈출기」 다.

「괴담 호텔 탈출기」는 '공포'나 '도시전설' 같은 비주류 장르 태그를 붙인 채 연재를 시작했다. 제목인 '괴담'은 당시 유행한 괴담류 소설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 연관성이 많지 않아 인기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입소문이 점차 퍼지며 연재사이트 최고 인기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유행과 상관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거다.

작품은 신비한 호텔에 갇힌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거리다. 주인공 한가인은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을 맞아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평범한 숙소에서 잠든 그가 눈을 뜨니 신비로운 호텔 '파이오니어'에 있었다. 호텔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느닷없이 잡혀온 다른 주인공들이 함께였다.

한가인을 중심으로 전직 격투기 선수 차진철, 게임중독 중학생 박승엽, 동물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유송이, 망명 외교관의 딸 엘레나, 대기업 회장의 손녀 이은솔이 여정에 함께한다. 엘레나나 이은솔은 조금 특이한 배경을 가졌지만, 호텔이라는 신비한 장소에서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이렇듯 평범한 주인공들에게 호텔은 능력을 하나씩 주고 모험을 강제한다. 작중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힘은 초능력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일상 잡화를 즉석에서 구입하거나 동물과 소통하거나 운 또는 몸이 좋아지는 거다.

반면 이들이 겪는 모험은 육체와 정신이 쉽게 무너질 만큼 위험천만하다. 이들은 '저주의 방'이라 불리는 객실을 방문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테면 101호는 입장과 동시에 정신을 잃어 종국에는 서로 죽이거나 자살을 선택한다. 103호에서 주인공들은 돼지나 개 같은 동물로 변해 농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저주의 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해결'과 '탈출'로 나뉜다. '해결'은 원인을 찾아 말 그대로 방을 '클리어'하는 거다. '탈출'은 문제를 보류하는 결말이다. 한 명이라도 조건을 성립한다면, 방 내부에서 목숨을 잃더라도 탈출 후 다시 살아난다.

[사진=노벨피아 제공]

이런 특징 탓에 주인공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정보를 모은다. 이 때문에 작품은 미스터리와 추리적 요소를 적극 내세운다. 주인공들은 온갖 괴물들과 싸우고 사악한 현상을 겪으며 목숨을 잃으면서도 진실에 접근한다.

'저주의 방'을 해결하며 보여주는 성장과 유대는 큰 볼거리다. 보잘것없던 축복은 점차 강해지고 강력한 힘을 지닌 '유산' 또한 얻는다. 주인공들이 강해진 만큼 '저주의 방'에서 접하는 사건 또한 더 위협적이다. 처음 서로를 적극적으로 신뢰하지 않던 주인공들은 목숨마저 아낌없이 바친다.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각자 지닌 정신적 나약함을 극복한 이들은 점차 호텔의 진실 또한 깨닫는다.

「괴담 호텔 탈출기」는 치밀한 복선, 여러 세계를 넘나드는 모험, 등장인물 간의 유대와 성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각 '저주의 방'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주는 재미가 크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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