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주식 걸고…‘전환사채’ 900억 승부수 통할까?
[KBS 부산] [앵커]
보조금 환수 조치까지 맞닥뜨려 위기를 맞은 '부산형 일자리' 사업 소식 전해드렸는데, 이 사업의 주력 업체가 그룹 자산을 담보로 내걸고 9백억 원에 달하는 전환사채까지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승부수가 부산형 일자리 사업을 정상화시킬 지 주목됩니다.
노준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9년 9월에 설립된 자동차 부품업체 K사.
당시 공장도 없고 매출도 없는 신생 업체였습니다.
5개월 뒤 2020년 2월, 정부와 '부산형 일자리' 협약을 맺고 산업단지 9만 9천여㎡의 땅을 3.3㎡당 202만 원, 분양 원가에 공급받았습니다.
K사 자본 변동표를 보면 산단 공장 땅 취득 원가는 528억여 원.
지난해 말 재평가를 했더니 시세가 1,249억여 원으로 폭등했습니다.
'재평가 이익' 570억 원이 생긴 겁니다.
K사는 오른 땅값 덕분에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이처럼 "공장 재평가를 통해 흑자로 전환되면 대규모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입니다.
[공인회계사 : "자본 잠식이 되면 차입 자체가 불가하겠죠? 토지를 재평가한 이유는 자본총계를 올려서 향후 자본 잠식을 회피하는 목적이 있거나, 부채비율을 낮게 보이게 해서 차입 조건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
실제로 K사는 지난해 말, 900억 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대가로 공장 땅과 건물, 주식 등 그룹 자산 2,012억 원어치를 담보로 걸었습니다.
전환사채 만기는 2028년 말까지. 원금을 뺀 5년 치 이자만 881억 원에 달합니다.
[경영 컨설팅기업 컨설턴트/음성변조 : "1~2년 안에 전기차 핵심 부품 수주와 생산 체계를 정상 가동하지 못하면 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나 만기 보장 수익률 15%에 달하는 원금과 이자, 상환할증금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이에 대해 K사는 "전환사채 발행은 유동성 개선을 위한 전략일 뿐"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습니다.
[K사 관계자/음성변조 : "대기업들이 수천억 원의 은행 차입금을 빌리고 다 담보 제공하는데, 사업 안 되고 그러면 그 대기업이 망한단 말입니까?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한 거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회복과 대규모 부품 수주를 전제 조건으로 전환사채 발행이란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부산형 일자리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영상편집:이동훈/그래픽:김소연
노준철 기자 (argo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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