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응카드로 인적공제 늘리나…싱글세 논란·세수 약화 숙제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총리급 조직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현 정부도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우선 출산·결혼을 유도하기 위해 인적 공제 등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개편안은 다음달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저출생·고령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수 기반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5년 만에 인적 공제 확대하나
정부는 저출생 대응 세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핵심 당국자는 11일 한겨레에 “(정부 차원에서) 저출산 대책에 힘이 실리는 상황인 터라 올해 세법 개정안(다음달 발표 예정)에 가족친화적인 세제 개편안이 어떤 형태로든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자녀 등 부양가족에 대한 인적 공제 확대다. 현재 근로·종합소득자의 경우 부양가족 수와 그 유형에 따라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는데 그 공제 폭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인적 공제의 기본 틀은 2009년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두면 개편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는 꾸준히 있었다.
성효용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한국재정정책학회장)는 “(인적 공제의 일종인) 기본공제를 현행 150만원에서 두배 늘리는 대신 자녀 세액공제는 폐지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혼과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제 제도 개편안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적 공제 폭을 두배로 높이고 자녀 세액공제도 두배로 늘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인적 공제 확대가 자녀가 없는 가구나 1인 가구의 박탈감을 키우거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지금도 인적 공제를 받지 못하는 1인 가구들은 똑같은 소득을 올린 유자녀 가구보다 세 부담이 크다. 일부에선 이를 ‘싱글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수 확충 로드맵 서둘러 내놔야
문제는 결혼·출산 유도를 위해 소득세 인적 공제를 대거 확대하면 세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까지 염두에 둘 때 체계적인 세수 확충을 위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고령화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터라 그만큼 지출도 빨리 증가하고 있다”며 “서둘러 증세를 논의해야 (채무·적자 확대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쪽과 국회예산정책처가 장기 재정 흐름을 추정하면서 2040~2050년이면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기업들의 생산성 저하와 함께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세수는 줄고 지출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세수 증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한 건 박근혜 정부다. 비과세·감면 축소, 공제 제도 개편, 명목세율 변경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17~18% 수준이던 조세부담률(국세 및 지방세 수입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백분율)이 20% 초반(2022년 기준 23.8%)까지 뛰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말기와 현 정부 들어 본격화된 법인세 감세 세제 개편 효과가 점차 세수에 반영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면 조세부담률은 다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증세 여력은 존재한다고 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소득세 실효세율이 6.6%(2022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8.2%에 못 미친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목표를 달성한 공제 제도 등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문부터 시작해서 점차 부가세율 인상과 목적세 도입 등을 추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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