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요청없이 이뤄진 KBS 감사실 인사... 법원 "중대 하자"
법원이 박민 KBS 사장의 감사실 직원 인사권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전 KBS 감사실 직원 3명이 KBS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감사의 요청 없이 KBS가 감사실 직원을 전보 발령하는 건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는 게 법원의 주요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는 10일 “전보 명령은 KBS 정관에 제정된 감사직무규정 제9조에 반하여 감사의 요청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감사실 전직 직원 3명의 전보 명령 효력을 임시로 정지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 2월8일 KBS는 박찬욱 KBS 감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감사실장을 비롯해 감사실 부서장 인사를 냈다. 기존 감사실장과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 등 3명은 각각 경영관리국, 시사교양국, 미디어송출부 소속 평직원으로 전보 발령했다.
당시 박찬욱 감사는 일반 및 특별감사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경영진이 감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며 인사발령 취소를 요구했다.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부서장 전보를 추진하는 것은 KBS 감사직무규정 위반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를 들었다. KBS 감사직무규정 제9조엔 ‘감사부서 직원의 보직 및 전보는 감사의 요청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 감사실 인사는 방송법과 정관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2월23일 전보 발령된 전 KBS 감사실 직원 3명은 법원에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감사는 공사의 의결기관과 집행기관과 독립해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감사실은 감사의 보조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감사의 요청이 없는 한 감사실 소속 직원의 전보를 삼갈 필요가 있다”며 “감사가 반대하는 직원들이 감사실의 책임 직급을 맡게 되면 감사 업무의 연속성·독립성이 저해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보명령으로 인해 입고 있는 생활상의 불이익 중에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도 있다”며 “본안소송을 제기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박찬욱 감사의 임기가 올해 12월26일 만료되는 점 등을 비춰 볼 때 전보명령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 역시 소명된다”고 밝혔다.
또 해당 전보 명령이 순환보직의 일환이라는 KBS의 주장에 대해선 “인사규정 상 순환보직의 원칙이나 기준, 방법 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소명이 부족”하고, “새로 선임되는 감사의 전보 요청을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한 업무상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 결정이 나온 이후 전직 감사실 직원들은 회사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이고 전보 발령 취소, 그에 따른 원 부서 복귀를 시킬지 아니면 항고를 할지에 대해 KBS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월14일 박민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사내 감사실을 통해 자신이 언급한 이른바 ‘KBS 불공정 보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는데 불공정 보도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여권 추천 권순범 이사의 질의에 박 사장은 “이전처럼 진미위 등 특별기구를 통한 조사는 여러 법률적 논란이 있어 공식 감사를 통해 특별감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감사실 인사를 했는데 조직이 안정되는 대로 감사실에 저희가 사과를 공식적으로 한 부분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식적인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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