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12분, 티켓 천원"…손석구 표, 파격 스낵무비 (밤낚시)
[Dispatch=구민지기자]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한테 맞는 것보다, 러닝타임 10분 영화 액션이 더 힘들었습니다."(이하 손석구)
손석구가 단 12분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일명 '스낵 무비'. 관람료는 단돈 1,000원이다. 특별한 연출과 짧은 분량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영화는 독특하다. 한 마디의 대사도 없다. 카메라 무빙도 없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가 바라본 화면으로만 이뤄져 있다.
다만, 그 침묵이 지루하지 않다. 손석구는 표정, 몸짓만으로 극을 이끈다. 제한된 공간 속, 강도 높은 와이어 액션으로 단숨에 집중하게 만든다.
"사실 배우 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10분이 아니라 1분도 어려운 편이죠. 부담은 됐지만 어렵지 않았고, 재밌었습니다."
'밤낚시'(감독 문병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1일 용산 CGV에서 개최됐다. 이날 배우 손석구와 문병곤 감독이 참석했다.
'밤낚시'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의문의 요원 '로미오'(손석구 분)가 새벽에 홀로 전기차 충전소에서 허공을 날아다니는 물체를 낚으려 분투한다.
차에 부착된 7개 카메라의 시선만 담겼다. 러닝타임 내내 차량 내부, 주변만 등장한다. 손석구는 "자동차의 시선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밤낚시' 공동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배우로 참여하기보다는 제작 경험을 기대했다"며 "운 좋게 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자동차의 시선을 통한다는 새로운 촬영 방식이 흥미로웠다. 나아가 영화 제작 전반을 경험할 수 있어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겸손한 반응도 보였다. "사실 영화 제작은 제 미천한 경험으로는 감당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숏폼 형태 영화니까 가능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밤낚시'의 독특한 연출은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제28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국제 단편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손석구는 '로미오'라는 요원명으로 불린다. 문 감독은 "처음엔 그냥 요원이었다. 편집 과정에서 군대 용어 'R'(로미오, Romeo)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손석구는 의문의 물체와 힘겨루기를 펼친다. 자동차가 박살 나고, 바닥에 질질 끌려다닐 정도로 격렬하다. 정체를 몰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는 "육체적으로 고됐다. 저와 의문의 물체, 낚싯대의 삼박자가 맞아야만 했다. 컷 분할(편집)도 안되다 보니 몸소 해내야만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3일간의 액션 촬영이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 형한테 맞을 때보다 더 강도 높았다"면서 "개인적으로 뿌듯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심지어 1인극이다. 손석구는 "부담은 됐다. 하지만, 문 감독은 오랜 친구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납득이 됐다. 설정이 어렵지 않았다"고 알렸다.
손석구는 "감독에게 질문했더니, '영감을 좇는 과정이 밤낚시와 비슷하다. 외롭고 즐겁다'고 답했다. 공감됐고, 부담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밤낚시'는 스낵 무비다. 스낵처럼 짧게 소비할 수 있는 영화를 의미한다. 문 감독은 "'이게 뭐지?' 하고 찾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야기를 만들 때, 관객에게 '퀘스천 마크'(?)와 '느낌표'(!)가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낵 무비는 일종이 실험이자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손석구도 '밤낚시'의 신선함을 강조했다. "이 영화가 창작자들에겐 즐거운 시도가 되고, 관객들에겐 신선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낚고 싶은 2가지가 있다"면서 "관객들이 '문 감독과 제가 이런 영화를 하는 사람이구나'하며 차기작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영화계의 다양성도 기대했다. "스낵 무비 '밤낚시'를 시작으로, 극장에 다른 형태의 재미 요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영감도 낚아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밤낚시'는 오는 14~16일, 21~23일 전국 CGV 주요 15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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