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진 건 여름 아닌 죽음…폭염 시대가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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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멕시코 남부 연안에서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 83마리가 높은 나무에서 사과처럼 우수수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됐다.
2022년 태평양 북서부 연안을 기습한 폭염으로 인해 하이킹을 떠난 일가족이 단 4시간 만에 죽음을 맞이했듯, 열을 내는 유기체인 인간의 몸은 한계치인 습구온도 35도를 넘으면 고체온증을 겪다가 순식간에 열 경련과 열사병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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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물가 폭등·슈퍼 산불·전염병까지 지구 열탕화의 참상 집중 탐사
폭염살인(제프 구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508쪽 / 2만 3000원)
2024년 5월, 멕시코 남부 연안에서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 83마리가 높은 나무에서 사과처럼 우수수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심각한 탈수와 고열 증세였다. 2021년 미국 태평양 북서부 연안에선 아직 날 줄도 모르는 새끼 독수리 수십 마리가 불구덩이처럼 달궈진 둥지 위에서 투신했다. 묵시록의 한 장면 같은 죽음은 인간도 피할 수 없었다. 2019년 전 세계 폭염 사망자는 50만 명에 육박했다. 그중 자신이 '더워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상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20년간 기후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폭염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폭염이 일어날 확률은 산업화 시대 초기에 비해 150배나 높아졌고, 산불이 난 듯 치솟은 바다 온도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9년 기준 48만 9000명에 달하는 전 세계 폭염 사망자는 허리케인과 태풍, 수해 등 모든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합계를 훨씬 웃돈다.
그럼에도 설마 자신이 더위로 죽기야 하겠냐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여전히 '폭염 불감증'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2023년 한국의 온열질환으로 인한 환자는 3.5배 증가했고, 사망자수는 32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산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더위'가 여름의 낭만이 아니라 지구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열' 그 자체라는 점에 주목한다. 대기와 해류뿐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일종의 '열 관리 시스템'이며 열역학의 원칙에 따라 열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변환된다. 2022년 태평양 북서부 연안을 기습한 폭염으로 인해 하이킹을 떠난 일가족이 단 4시간 만에 죽음을 맞이했듯, 열을 내는 유기체인 인간의 몸은 한계치인 습구온도 35도를 넘으면 고체온증을 겪다가 순식간에 열 경련과 열사병으로 치닫는다.
이 책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던 2023년,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을 벗어나 폭주하던 더위를 예견이라도 한 듯 출간되며 미국 내 화제가 됐다. 저자는 수년간에 걸쳐 남극부터 시카고, 파키스탄부터 파리 등을 오가며 폭염의 생생한 현장을 취재해왔다. 평균기온 섭씨 45도 생존불가지대에 살아가는 파키스탄 시민, 야외 노동 중 희생당한 멕시코인 노동자와 미국 옥수수 농장의 농부들, 그리고 수십 명의 기후과학자부터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까지 그들의 처참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진화의 속도를 넘어 폭주하는 더위,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예측 불허의 재앙 앞에서 에어컨의 냉기가 과연 언제까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극한 더위가 불러올 죽음의 연쇄 반응 앞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폭염살인은 우리 일상과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폭염의 기원과 실태를 정교한 필치로 그려낸 폭염 르포르타주다. "추락하는 새부터 허덕이는 물고기, 말라버린 작물, 쓰러지는 노동자, 졸도하는 도시 산책자"에 관한 그 생생한 묘사는 여전히 '폭염 불감증' 상태인 우리에게 "영화 '설국열차'가 얼어버린 지구 위를 돌 듯 뜨겁게 달궈진 지구 위를 '열국 열차'를 타고 도는 듯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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