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P5 2024 서울` 회의에 거는 기대
새 핸드폰이 나오면 부품이 다 합해 얼마인데 판매가엔 훨씬 못 미친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곤 한다. 그럴 땐 과연 그 돈 들여 부품을 사주면 바로 최종 제품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치 같은 식재료가 주어져도 누구나 미슐랭 3스타, 아니 어머니 집밥조차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이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재료와 제품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간극에서 가장 큰 비중은 기술과 창의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자원빈국에 불과하였던 과거의 대한민국과 선진국이 된 오늘의 코리아 간 간극에도 기술과 창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호하는 국제 공통의 법제도가 바로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이다.
우리는 지식재산 분야만큼은 G20, G7을 넘어 G5에 속한다. 한·미·일·중·유럽 등 전세계 출원의 약 85%를 점하는 특허의 G5가 'IP5'이다. 올해는 우리가 세계 특허분야 5대 주요국(IP5) 의장국으로 오는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연례회의를 개최한다.
2007년 시작될 땐 특허청 간 협의체였으나 2012년 이래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 미국의 지식재산소유자협회(IPO)와 지식재산법협회(AIPLA), 일본지식재산협회(JIPA), 중국특허보호협회(PPAC), 비즈니스유럽(BE)을 산업계자문그룹으로 포함해 국제적 제도 조화와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제도 이용자인 산업계의 의견을 참고·반영하는 모범적 적극 행정 사례라 할 것이다.
IP5는 그간 각국의 특허심사진행 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OPD), 국제협업심사로 심사 기간을 2023년 기준 80% 이상 단축한 특허심사하이웨이(PPH), 신기술 분야 특허분류체계 개편 등 출원인 이익 증진과 특허행정 효율화에 성과를 거두어왔다. 2021년 산업계 요구에 따라 첨단기술/AI(인공지능) 협력 로드맵을 만들어 이 분야 특허심사 국제규범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을 특허행정에 접목하는 방안을 수립 중에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 특허청이 선도적으로 시행 중인 'E-Signature(시그니처)'를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KINPA가 제안한 전자등록증, 출원인 명칭 표준화, 국제적 권리 양도 등의 의제를 논의 중이다.
모두 권리 획득·유지 비용과 노력을 절약하는 실로 큰 성과다. IP5는 나아가 특허 분야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방안, 사회적 약자의 IP(지적재산권) 역량 불균형 해소 등 차원 높은 논의도 하고 있다.
다만 일국 내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는 (무형적) 재산제도를 국제조화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쉽고 빨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컨대 유럽은 46년 간의 유럽특허청(EPO) 통합심사 운영 경험을 거친 후에야 단일특허제도(UP)와 유럽특허법원(UPC)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선 가능한 부분부터 신뢰와 성과를 축적하고 일방주의 대신 상호소통하는 민관합동의 기술적·전문적 외교 플랫폼을 구축한 이후 더 큰 협력 성과를 전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IP5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대한민국다울 수 있도록 하는 우리 기술과 창의를 지키는 소중한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할 것이다. 얼마전 사석에서 청소년용 법률교양서를 쓰신 분께 편집자의 치열함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함께 자리를 했던 사람들은 약속한 것도 아닌데 입을 모아 드러나지 않아도 독자와 출판사의 신뢰를 지키고자 품질에 애쓰시는 이런 분 덕분에 대한민국이 유지된다고 화답했었다.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우리의 기술과 창의가 해외에서도 국내와 동등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장치이다. 그 큰 의미에 따른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면서 우리 산업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제적 제도 개선에 애쓰는 특허청과 지식재산인들의 노력에 신뢰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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