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심장이 제 기능 못하는 심부전

2024. 6. 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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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건강한 심장은 활기찬 에너지의 상징이지만, 다양한 심장병으로 인해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처음에는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증상이 차츰 나타나는데 이 때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운동을 하면 심장의 활동이 제대로 증가하지 못해 호흡 곤란과 무기력증이 나타난다. 두번째로 쉬고 있을 때도 맥박이 90회 이상 된다. 이것은 심장이 한번 수축할 때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 박동수를 늘리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심장이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수축 이완하기 위해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을 자극하는데 그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네번째로 휴식하거나 잠을 잘 때 호흡 곤란이 와서 수면이 힘들어진다. 이는 폐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하면서 폐에 수분과 혈액이 고이게 되는데 이 상태를 울혈성 심부전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 누우면 수분이 폐 전체로 퍼져 호흡 곤란이 오며, 앉거나 서면 폐의 하부에 모여 호흡이 상대적으로 편해진다.

심부전이 심해지면 폐뿐만 아니라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의 이동도 힘들어지면서 간과 다리에도 충혈이 생겨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구역질 등의 소화기 증상과 다리가 붓는 특히 발목이 잘 붓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과정은 갑자기 심장 기능이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장기간에 걸쳐 심장에 부담을 준 결과 심장근육의 수축-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심각한 상태, 즉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이 됐음을 의미한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하며, 기존의 질환이 악화되어 심장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된 상태다. 물론 심부전이라고 해서 심장이 전혀 기능을 못해 당장 사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년 생존율은 50~70%, 2년 생존율은 30~50% 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말기 심부전 환자는 2년 사망률이 80% 정도로 매우 높다. 그리고 일상생활이 곤란해지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모든 심장 질환이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고, 심부전 또한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인해 소아에게도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고령의 환자가 많다. 나이가 많을수록 심장 질환이 흔하며 병을 가지고 있는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인 질환은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가장 많으며(32%), 심장근육에 병이 생기는 심근증(23%), 고혈압(17%), 판막 질환(14%) 순이다. 그 외에도 심방세동이 있다. 맥박이 빠르면 심장에 부담이 되어 발생하기도 하고, 술이나 바이러스 질환 때도 심장근육이 손상되어 심부전이 오게 된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심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어 심장벽이 두꺼워지면서 심장이 커지게 되는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다가 결국 심장근육의 펌프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정상인보다 심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네배 정도 높다. 그러나 초기부터 고혈압 치료를 하면 심부전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특히 당뇨와 심장병을 같이 가지고 있으면 발생 위험이 많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심부전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세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고지방 식품 섭취 또한 증가하면서 심장병 환자가 늘어난 결과 심부전 환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으로 22만7000명에 달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26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단은 문진을 통한 과거 병력과 증상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흉부 X선 사진에서 심장이 커져 있으면 일단 심부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심전도 역시 도움이 된다. 의심이 되면 심장초음파가 가장 중요한 검사다. 심장근육이 수축,이완되는 정도와 함께 한번 수축 때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양인 심박출량을 상당히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또 혈액 검사에서 BNP라고 성분이 심실이 손상된 정도를 나타내므로 진단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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