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정치 위기… "與, 상임위원장 포기하고 국민설득 나서야"
김성수 "野입법독재 적극 알려야"
신율 "與가 기댈수 있는건 여론뿐"
거대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하는 등 입법독재를 예고했다. 여당의 불참에도 특검법 처리 등을 위해 단독 의사일정도 밀어붙일 태세다. 거야의 입법폭주에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야당을 성토하는 것 외에는 뽀족한 수가 없다.
당내에선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하다.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검토는 이런 맥락에서다. 의사일정에 불참하면서 긴밀한 당정협의와 시행령 등으로 입법부 기능을 대신하겠다는 구상도 내놨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은 방법은 대국민 여론전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하고 의사일정 거부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지금 뭘 할 수 있겠나. 가장 합리적인 대응은 대국민 설득"이라며 "법사위원장 외에 나머지는 다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안 받았다. 그런 부분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면서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원래부터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같은 정당에서 하지 말자는 건 그냥 관례가 아니라 본회의 법률안 상정권을 동일정당에서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13대 국회부터 계속 지켜온 것을 21대 국회 전반기에 (18개 상임위 독식으로) 깼다가, 보궐선거에서 계속 지니까 (2022년) 후반기에 겁나니까 돌려주지 않았나. 단순 관행을 넘어 불문율을 자신들이 편할 때 안 지키다가, 선거에 질 것 같으니 돌려주는 행위를 계속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률안 상정권을 동일정당이 독점하면 거부권 행사도 당연하다"며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직은 다르다. 어차피 전반기 2년 아무 것도 못할 거라면, '법사위를 내놓기 전에 의사당에 안 들어간다'고 해야 한다. 출석은 해도 모든 의사행위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 수단이라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국회 공전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7개 상임위를 갖든 말든 협치는 없고 정국 변수도 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홍 교수는 국민의힘이 민주당 단독 국회를 '이재명 방탄'이라고 주장하는 것엔 "소용없다"며 "'왜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동일정당에서 맡아선 안 되는지' 원칙론으로 대국민 설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에서 당정협의와 시행령 정치를, 대통령실은 '거부권 명분이 견고해졌다'는 입장을 강조한 데 대해선 "어차피 하는 것이고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제도적인 대안을 여당은 할 수가 없으니 관례를 얘기하는 것인데, 협치를 안 하겠다는 독단 자체를 강조하면서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난 국회에서도 야당이 전반기 독식했다가 후반기에 다시 (법사위 등을)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도 여당 소속이고 협의 없는 독단적인 안건을 '왜 받아들이냐' 강조할 수 있고, 입법독재 쪽에 포인트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야당 단독 입법과 거부권 행사로 긴장이 고도화하면 서로 타협하라는 여론 등 정치적 기회가 올 수 있고, 거리의 정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방탄' 주장에 대해선 "비약이다. 이 대표가 갑자기 대통령 출마 안 하겠다 할 수도 있고 민주당 안에서도 당헌개정에 깨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거기가 아닌 '국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임위원장 7개를 받으면 야당에 '법대로 한다'는 명분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거야인 민주당에서 막 나가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21대 국회가 정치가 실종됐다면, 22대 국회에서는 실종된 정치가 퇴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법은 시행령 정치밖에 없는 데 이것 역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그나마 여권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대국민 여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피해자에게 동정심을 가지는 정서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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