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테크네와 아르스로의 복귀

성도현2 2024. 6. 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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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34세로 튀르키예 출신의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데이터 및 인공지능 미학의 선구자다. 아나돌은 그래픽 디자인과 비주얼 아트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며 데이터 시각화 연구에 집중해온 예술가다.

지난 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역대급 화제를 모은 작품의 주인공이며 '기억과 감정'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자료화하고, AI에 학습시켜 탄생한 작품들로 인해 예술계를 크게 뒤흔들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서울 63빌딩에서 그의 상설전이 한창이다.

그는 과학적 원리와 기술적 혁신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해왔다.

아나돌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을 잇달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현대 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예술, 건축, 연출, 엔지니어의 경계선을 허물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필자는 아나돌의 작업을 보면서 현대 사회에서 '예술'과 '기술'에 대한 관점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테크네'(Techne)와 '아르스'(Ars) 개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나돌의 작업이 이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인 테크네라는 용어는 예술, 기술, 공예 등 제작과 지식의 측면으로 예술과 기술을 모두 포괄했다. 이후 라틴어의 아르스로 발전하여 창의적 기술과 기계적 기술의 통합을 구현하는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수 세기에 걸쳐 예술과 기술은 별개의 분야로 간주했고 종종 문화, 실무 및 학술 연구 측면에서 서로 반대되는 위치에 놓였다.

아나돌과 같은 예술가의 등장은 테크네와 아르스 정신의 복귀를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표현을 융합한 아나돌의 작품은 예술과 기술 사이의 장벽이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및 몰입형 디지털 미디어와 같은 기술들을 활용함으로써 아나돌은 기존의 예술 개념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표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테크네'와 '아르스'의 총체적인 관점을 반영하며 기술적 능력과 예술적 통찰력의 통합되는 미래를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시점에서의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예전의 테크네와 아르스 개념으로 돌아가는 것 이상의, 그보다 더 넓은 문화적, 철학적 변화를 반영하며, 오랫동안 분리돼왔던 두 영역의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 본다.

이러한 진화는 단순히 디지털 아트의 미학에 관한 것이 아니며 '테크네'와 '아르스'라는 총체적인 관점을 향한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필자는 아나돌의 작업이 현재는 이미지로만 표현되는데 점차 다감각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연결은 현재 많이 이용되고 있는 text-to-image, text-to-video를 시작으로 점차 하이퍼 모델로 확장돼 사운드, 냄새, 감각 등으로 콘텐츠가 확장될 것이라 예측해볼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예술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모델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는 AI가 만든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레픽 아나돌의 작업에서 볼 수 있듯이 AI와 데이터, 대규모 시각적 설치물이 어우러진 예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화되고 데이터가 넘치는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는 현대 예술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AI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 몇 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첫째, 작가의 의도와 작품 메시지의 이해: 무엇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AI가 생성한 작품 제작 프로세스의 이해: 아나돌이 사용하는 AI 및 데이터 처리 과정에 대해 배우는 것은 관객에게 기술적 및 창의적 결정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감상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

셋째, 사용 데이터에 대한 이해: 아나돌의 작품이 데이터를 통해 기억, 도시 생활, 환경 등의 주제를 탐구하기에, 관객들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작품에 참여하여 본 작업에 더욱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

넷째, 미적으로 감상하기: 기술적 우수성을 넘어, 아나돌의 설치 작품이 제공하는 시각적 및 몰입적 품질에 집중하며, 작품 자체와 상호작용을 해본다.

다섯째, 작품을 통한 AI 이슈 논의: 아나돌은 자신의 작업을 위해 수천만 개의 데이터를 사용하며 작업에 사용되는 이미지 라이선스 관리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소유자와의 협업을 통해 사용 권한을 얻는 경우도 있으며, 자기 팀이 직접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여 오리지널 데이터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작품 사례들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AI 콘텐츠 저작권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으며, 작품을 통해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다양한 주제의 AI에 대해 논의가 필요해 볼 수 있다.

여섯째, AI 예술의 불확실성을 수용: AI에 의해 생성된 예술은 창의성과 저작성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에 도전하기에 이러한 모호함에 대한 관용과 예술의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일곱째, 미래 예술 형태에 대한 예측: 현재는 없는 미래 예술의 형태에 대해 예상해보며 미래의 예술은 현재와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상상해본다.

새로운 예술 형태를 통해 경계의 해체와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며 바라볼 때, 더욱 흥미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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