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건축가 김원의 세상 이야기...모기의 계절-①

성도현2 2024. 6. 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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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제공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 등 설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등 역임.

나는 세상에서 모기가 제일 무섭다. 한여름 밤 모기 한 마리가 머리맡을 앵앵거리며 돌아다니면 그 밤 내내 잠을 설치게 마련이고 당연히 다음 날은 수면 부족으로 비실비실하다가 중요한 일들을 허술하게 하여 자칫하면 모두 망치기가 십상이다.

그런데도 세상의 모기들은 왜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여럿이 함께 있어도 유독 나만이 모기에게 물려 고생하고 그 가려움과 상처도 오래간다. 정말로 이상한 일은 우리 집사람한테는 안 가는 이 녀석들이 꼭 나에게만은 기를 쓰고 달려든다는 사실이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렇다는 둥, 잘 안 씻어서 그렇다는 둥, 피가 달아서, 혈압이 높아서, 몸이 뜨거워서, 등등 집사람이 말하는 이유와 진단도 많은데 이유도 모르는 채 당하는 나는 마땅히 항변할 데가 없으니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모기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그러나 나에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그 두려움은 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증명된,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다. 몸무게가 3㎎에 불과한 모기는 나에게만 무서운 게 아니라 천하장사에게도 무서운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하의 알렉산더대왕이 BC 323년 서른두 살에 요절한 것은 독살 때문이 아니라 말라리아모기에게 물린 탓이라는 학설이 최근에 대두되어 신뢰감을 주는 이유는 대왕이 죽기 두 주일 전에 배를 타고 바빌론 교외의 늪지대를 순찰했다는 역사의 사실 때문이다. 이 지역은 지금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이고 이 병의 잠복기가 9일에서 14일이라니까 대왕이 젊은 나이에 까닭 없이 갑자기 죽은 이유로는 딱 들어맞는 가정인 셈이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라오의 미라들을 해부한 결과 일부는 말라리아 때문에 비장이 부풀어 있었다.

칭기즈칸의 사인도 말라리아라고 보는 학자들이 있는데 그 역시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 뿐만이 아니라 모기와 말라리아로 죽은 역사 인물들의 명단을 훑어보면 정말로 모기가 무서운 존재임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역대의 교황들, 유럽의 왕들, 로마 황제들, 그리고 테레사 수녀, 신곡의 단테, 성 오거스틴도 있다.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아들, 체사레 보르자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꿈꾸는 젊고 야심 찬 정치가였으나 아버지가 말라리아로 죽는 바람에 그 꿈을 접어야 했고, 이 일은 이탈리아의 역사를 바꾸었고, 따라서 모기의 입버릇 때문에 세계사도 바뀐 셈이다. 모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의 물길이 막힐 뻔한 적도 있다. 프랑스가 1881년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 건설 노동자 대부분은 개방형 오두막에 거주했다. 모기가 전염병의 매개라는 사실을 몰라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고 지냈다. 결국 모기에게 뜯겨 말라리아로 1200여 명의 건설 노동자가 죽었고 1884년 공사가 중단되었다. 1904년 미국이 공사를 재개해 14년 운하가 개통되었다. 미국은 모기 퇴치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모기 때문에 한 나라의 운명이 바뀐 이야기도 있다. 중앙아메리카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아이티공화국은 스페인인들이 서인도제도를 발견하고 맨 처음 점령했던 나라로 원이름은 "히스파니올라"였다. 이어 프랑스가 점령하면서 "생도맹그"섬이 되었는데 유럽인들이 퍼뜨린 천연두 때문에 원주민들이 자꾸 죽어가자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데려다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투입하였는데 이 흑인들은 점점 더 인구를 번창시켜 드디어 유럽인들의 숫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흑인 노예들도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으며 독립을 위한 반란을 일으켰다 프랑스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프랑스령이었던 루이지애나에서 군대와 식량을 보냈다. 그런데 그 프랑스 군인들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황열병에 걸려 죽기 시작했다. 황열병은 앞에 말한 말라리아모기가 옮기는 무서운 병으로 14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환자의 절반이 죽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을 옮기는 아르보 바이러스가 노예무역선에 붙어서 옮겨왔는데 노예들은 면역력이 있었지만, 프랑스 군인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결국 프랑스는 독립을 인정하고 1804년 라틴아메리카에 최초의 독립국이 탄생하였다. 모기들의 도움으로.

2008년에 세계에서 2억4천7백만명이 말라리아에 걸렸고, 그 가운데 200만 내지 300만명이 죽었다. 2009년에는 78만명이 죽었다. 2010년에는 2억1천900만명이 걸려서 66만명이 죽었다. 2014년에는 75만5천명이 죽었다. 말라리아 말고도 뇌염, 뎅기열, 등까지 합치면 모기 때문에 병든 사람이 한 해에 7억명, 사망자는 200만명이었다.(WHO통계) 주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많이 희생되는데 거의 1분에 한 명꼴로 희생되는 셈이다. 말라리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99개국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모기를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럴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약 4천명이 말라리아에 걸린다. 물론 일본 뇌염모기는 더 무섭다. 2010년에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이 1천772명, 일본뇌염에 걸린 사람은 26명이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모기 종족은 3천150여 종이나 된다. 한국에는 그중 56종이 살고 있다.

원래 모기는 식물의 즙이나 과즙이나 이슬을 주로 먹고 사는 "초식동물"인데 평소에는 식물의 당즙을 등과 배에 3개씩 있는 위 맹낭에 저장하고 피를 빨 때는 위장에 저장하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녀석들이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것은 암컷 모기가 교미를 한 다음에 수정란을 몸에 가지면서 영양공급을 위해 단백질이 필요하므로 흡혈귀로 변신한다고 하니 엽기적인 녀석들이다. 게다가 피를 빨아 먹을 때 피가 굳지 않고 잘 흘러나오게 하기 위해서 이중 구조로 된 빨대를 동물의 핏줄에 꽂아 넣는데 가운데 대롱으로는 피를 빨고 바깥 대롱으로는 제 몸에서 만들어 낸 항응고제를 밀어 넣어 혈액의 응고를 막는다. 말라리아의 원인균인 '플라스모디아' 원생동물(단세포의 열원충)이 이때 사람 몸에 옮겨져서 적혈구에 기생했다가 분열을 거듭하고는 적혈구를 파괴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그때 40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다. 뇌염 균도 그렇게 전염된다. 붉은 집모기가 일본식 뇌염을 옮겨 아기들을 죽게 하는 걸 보면 과연 무서운 놈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이제 모기들은 스스로가 아니라 인간의 도움으로 DDT를 비롯한 모든 살충제에 내성이 길러져서 보통 약에는 죽지 않는다. 그러니 모기약은 더욱더 독해지고 나는 점점 그 약들에 약해진다. 모기약이 모기보다는 더 인체에 해로운 쪽으로 가는 것이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와 난방설비의 발달로 겨울도 없이 월동하며 다년생처럼 장수한다. 한여름만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사람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개, 소, 말, 돼지, 모두를 공격한다. 덩치 큰 소가 작은 모기 떼에게 시달리는 것을 본 사람은 그 조그만 녀석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안다. 녀석들은 그 가느다란 주둥이로 그 질기다는 "쇠가죽"을 뚫고 들어가서 황소 같은 엄청난 덩치를 떼 지어 공격하는데, 단지 밤새도록 괴롭히는 정도가 아니라 "심장사상충"이라는 벌레를 전염시켜 그 벌레가 소의 몸속에서 점점 자라고 번성하여 소의 심장을 모두 점령하고 드디어는 소가 쓰러져 죽기에 이른다. 나는 어느 TV에서 "심장사상충"으로 죽은 소의 심장 속이 꿈틀거리는 기생충으로 가득 차서 거대한 소의 심장이 기능을 못 하고 결국 소가 죽어간 과정을 본 다음부턴 새삼 세상에서 모기가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를 믿게 되었다.

옛날에는 말라리아라는 병의 원인균이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공기로 전염되는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말라리아의 "mal-"은 라틴이건 이탈리아어건 스페인어건 영어건 모두 같이 "나쁜-"이라는 뜻의 접두어이고, "aria"는 당연히 "공기"라는 뜻으로(아리아를 노래라고 하는 것도 공기라는 뜻에서 왔다 하고 영어에서도 "에어"는 노래이기도 하고 공기이기도 하다), 그 둘이 합쳐서 "나쁜 공기"라는 단어였다.

어원으로 이야기를 또 하자면 모기를 뜻하는 "Mosquito"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작은 파리"란 뜻이라고 한다. Mosc가 파리란 말인데 (Musca라는 라틴어에서 왔다) 거기에 '작다'라는 뜻의 접미사 - ito- 가 붙어서 모스키토가 되었더란다.

작은 파리라면 별로 무섭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방심하면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방충망이나 모기장을 치고 있으면 모기가 못 들어오리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모기는 인간이 움직이고 호흡할 때 나오는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이산화탄소는 10미터 밖에서, 젖산은 20미터 밖에서도 감지가 가능하고 그렇게 피 냄새를 일단 맡으면 모기장이 막혀있어도 그 모기장에 달라붙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더듬으며 돌아다니다가 그 작은 몸이 비집고 들어갈 미세한 틈새가 발견되면 그 사이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모기장 전체에 단 1밀리미터라도 열린 곳이 없는 완벽한 모기장이어야 이 무서운 침입자를 막을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별히 올해에는 구제역의 여파로 전국에서 4백만 마리가 넘는 소 돼지가 살처분되어 매몰되었으니 모기의 번식 개체수가 예년과 같다면 그놈들은 흡혈 대상이 그만큼 줄었으므로 사람들에게 더욱 극성스럽게 덤벼들 것이다.

말라리아 전문가였던 전 하버드 대학교수 앤드루 스필먼(Andrew Spielman)이 쓴 '인류 최대의 적 모기'라는 책에 나온 내용(그 사람도 모기를 "우리의 가장 집요하고 치명적인 적 - Our Most Persistent and Deadly Foe"라고 불렀다)을 보면 일단 모기는 초식성이지만 짝짓기를 한 암컷이 수정란의 생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데 보통 흡혈 대상으로 소, 돼지 같은 덩치 큰 동물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부는 사람을 공격하고 병까지 퍼뜨린다. 말라리아 원충을 옮기는 얼룩날개모기(일명 학질모기), 황열병과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가 그들이다.

모기의 흡혈 과정은 자못 정교하다. 먼저 침 돌기의 작은 관(타액관)을 통해 지방 성분을 녹이는 타액을 뱉는다. 살갗이 부드러워지면 비로소 침을 꽂는다. 모기 타액에는 항응고제 성분도 들어 있다. 피가 굳지 않고 잘 흘러나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충, 바이러스도 이때 타액 속에 섞여 사람 체내로 들어간다.

모기는 이렇게 약 90초간 6~9㎎의 피를 빤다. 자기 몸무게의 2~3배다. 피를 빤 뒤에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피를 소화한 후(약 45분 소요) 수분은 오줌 형태로 빼내고, 양분만 몸속에 저장한다.

모기의 역사는 인간보다 훨씬 길다. 캐나다에선 7천900만 년 전 백악기 화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2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와 모기의 기나긴 '전쟁'은 한참 뒤에야 시작되었다. 하지만 인류는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오늘날까지도 이 하찮은 모기에게 아직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모기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모기 암컷은 평균 한 번에 100~150개씩, 한 달에 대략 3~7번 알을 낳는다. 알은 이틀이면 부화하여 유충(장구벌레)이 된다. 이들은 1~2주 안에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2~3일 후 성충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세상에 나오는 모기가 전 세계에서 매일 수십억 마리에 달한다.

인간은 그동안 모기에 맞서 칼(살충제)과 방패(기피제)를 동시에 사용했다. 한때 동아시아와 미국ㆍ유럽 등에서 말라리아를 몰아낸 DDT가 대표적인 칼이었고, '바르는 모기약'의 주성분인 DEET이 널리 사용된 방패였다. 하지만 모기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미 1950년대부터 DDT에 저항력을 가진 돌연변이 모기가 등장했다. 더구나 DDT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려 사용이 금지되면서 말라리아는 다시 확산하고 있다. DEET도 장시간 사용하면 뇌 중독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최근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란 복병도 인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천의대 박재원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기존 말라리아 발생 지역이 열대에서 고위도나 고산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도 한반도가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한국 학질모기에 기생하는 삼일열원충은 아프리카 모기의 열대열원충에 비해 병증이 약하고 치료 약으로 쉽게 퇴치되어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는 적은 편이다. 여기까지가 앤드루 스필먼의 책에 쓰인 요지이다.

2011년 여름에는 모기 개체 수가 연일 계속되었던 비로 인해 예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신문에 실린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체 모기 개체 수는 평년 대비 33.6%, 작년보다는 39.8%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일본 뇌염을 일으키는 모기는 평년 대비 77.0%, 작년 대비 71.2% 감소했다고 한다.

모기 개체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장마 기간 길게 이어진 비 때문이라는데 올해 장마가 평년에 비해 기간이 짧았던 반면, 서울의 경우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11일 동안 매일 비가 내려 강수 일과 강수량에서는 평년을 훨씬 웃돌았다. 수명이 약 4주(週)인 모기는 생후 3주 차부터 4~5일마다 초저녁 시간대 공중에서 군무(群舞)하며 짝짓기하는데, 올여름에는 모기들이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짝짓기 군무 대신 풀숲과 나뭇잎 뒤 등에서 비를 피하는 데 보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그나마 어렵게 짝짓기해서 하수구나 웅덩이 등에 낳았던 알도 폭우로 불어난 물에 쓸려 내려간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그러나 '모기 없는 여름'이 올해 내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매개곤충과의 한 연구관은 "모기가 악조건 때문에 일시적으로 개체 수가 줄었다 하더라도 온도ㆍ강우량 등 환경이 좋아지면 순식간에 평년 수준의 개체 수로 돌아온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모기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모기의 특출한 능력 가운데서도 뛰어난 육체적 특성은 공격에 쓰이는 무기류이다. 6개의 침 돌기가 사용되는데 윗입술에 있는 흡혈 관이 한 개, 하인두에 타액 관이 한 개, 소악에 톱날모양의 침이 한 쌍, 대악에 가는 침이 한 쌍 등으로 구성된 공격무기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흡혈 관은 직경이 20~30㎛에 불과해서 피부를 뚫고 들어올 때 사람이 전혀 알아챌 수가 없다. 게다가 이 흡혈 관은 피를 쉽게 빨아들일 수 있도록 끝부분이 혈관과 평행하게 45도까지 휘어질 수 있다.

작은 파리는 몸무게가 3밀리그램밖에 안 되는데 녀석은 자기 체중의 2~3배 되는 피를 빨아 몸에 저장할 수가 있다. 몸통과 배 부분이 주름상자처럼 되어 있어서 쉽게 몸이 부풀어 오르면서 그렇게 빨아먹은 피는 소화해 수분을 오줌 형태로 배설하고 양분만 저장한다.

모기는 피를 빨아먹거나 가려움증을 오래가게 해서만 괴로운 게 아니다. 집모기의 암컷만을 관찰하여도 한 쌍의 날개를 가지고 1초에 250 내지 500번의 빠른 날갯짓으로 시속 4.8㎞ 속도까지 날 수 있는데 그 날갯짓의 진동음이 약 500~600헤르츠가 되어 앵앵거리는 소리만 가지고도 다음날 중요한 회의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중요 인물의 밤잠을 설치게 함으로써 다음날의 중대한 결정을 망치게 할 수가 있다. 그게 정말로 작은 파리의 참 무서운 능력이다. 사실은 그것이 모기에게 물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 중 가장 무서운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최첨단 유전자 변형(GM) 모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GM 기술로 불임인 수컷 모기를 만들거나 날지 못하는 암컷 모기를 만드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암컷 모기는 죽기 전에 단 한 번만 교미하기 때문에 불임 수컷과 교미를 하면 알을 낳지 못한다. 또한 암컷 모기를 날지 못하게 하면 영양분인 피를 빨지 못해 이 역시 알을 낳을 수가 없다.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 침샘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GM 모기도 등장했다. 최근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모기의 유전자를 바꿔 이런 역할을 하는 작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작은 단백질은 모기 창자에서 자란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 침샘으로 이동하는 경로(수용체, receptor)를 찾아 봉쇄한다. 이에 따라 암컷 모기가 사람을 물더라도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GM 곰팡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유전자를 변형시켜도 야생 모기 집단 사이에 이런 모기가 확산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들은 스스로를 퍼뜨리는 'HEG(Homing Endonuclease Gene)'라는 유전자의 특성을 이용한다. HEG 유전자에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변형시킨 유전자를 결합하면 원하는 유전자가 야생 모기들 사이에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기든, 곰팡이든 GM 생물체를 자연계에 방출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2010년 12월 말레이시아에서 GM 모기가 방사됐는데, 당시 환경ㆍ소비자단체들이 성명서를 내며 크게 반발했다. GM 모기로 인해 자연 생태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주워 모아 모기 공부를 제법 많이 했다. 그러나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런데 왜 나에게는 유독 모기들이 잘 달려들까 하는 점이다. 바로 그 연구를 네덜란드의 바헤닝언 대학 연구자들이 수행했다. 48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하루 동안 비누를 못 쓰게 하고, 마늘, 양파, 고추를 못 먹게 하고 술과 향수를 금한 다음 20시간 동안 발에 나일론 양말을 신겨 각자의 '순수한 발 냄새'만 남아있게 했다. 그 실험물들을 모기들에게 제시한 결과 각자의 체취가 제각각인 만큼, 모기들의 선호도로 그들이 좋아하는 체취의 이유를 밝혀낸 것이다. 그들이 선호한 체취의 근원은 미생물이었다.

사실 발 냄새라는 것은 땀 냄새도 아니고 때 냄새도 아니고, 미생물들이 땀 속의 물질들을 휘발성으로 바꾸어 채취처럼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나쁜 체취는 그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그 사람의 피부에 어떤 미생물이 붙어 살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 피부에 사는 세균의 종류에 따라 풍기는 냄새가 달라지고 그걸 모기가 얼마나 좋아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결국 모기를 끌어들이는 세균이 있고, 모기를 도망가게 하는 세균이 있다는 말이다. 슈도모나스 속의 세균은 모기가 싫어했고 렙토트라키아속의 세균은 좋아했다. 또 종류는 적으면서 많은 수의 세균이 사는 피부를 모기들이 좋아하고, 다양한 종류의 세균들이 고루 많이 사는 피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청결하면서도 다양한 세균이 사는 건강한 피부가 모기를 피하기 좋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계속 덤벼들 때, 그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고, 기왕에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긍정적이고, 기왕이면 멋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이 아니라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공생관계로서의 동반자.

이제 나는 작은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 드러누워 모기장 밖에서 앵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행복하다. 놈들이 짝짓기할 때 날개를 빠른 속도로 진동시켜서 그 앵앵거리는 소리를 만들며 암수가 서로 다른 진동의 날갯짓으로 이중창을 부르며 공명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동족을 찾아낸다는 그들만의 짝짓기 행위의 특성이므로.

나는 모기장 바깥에서 그들이 연애에 몰두할수록 더욱 앵앵거리며, 그럴수록 나는 모기장으로 잠시 그들을 막아 냈다는 행복감으로, 편한 잠을 이룰 것이다. 암놈이 임신하여 단백질이 필요해 모기장을 뚫고 들어와 내 피를 빨 때까지….

옛날에 내가 프랑스 파리의 '파르끄 드 라 빌렛뜨'(Parc de la Villette)를 처음 보았을 때 생각이 나서 그 사진을 여기 찾아내었다. 그게 무슨 다른 짐승일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갈 데 없는 모기로만 보였다. 파리 시민들은 모기를 가지고 예쁜 조형물로 만들어 환경을 꾸미는 데 일조를 했고 더 나아가 어린이 놀이기구로 활용함으로써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치고 있었다.

사실 모기도 엄연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생태 고리의 한 부분으로,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의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작은 놈들 때문에 새삼, 참 엄청난 것들을 많이도 배우고 깨달았다.

*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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