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巨野에 궁지 몰린 小與의 ‘딜레마’
與, 전면 보이콧 여부 논의…尹 ‘거부권’ 건의‧특위 정치 의견도
투쟁 장기화‧국회 보이콧 시 정부 정책 동력 상실 우려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거야(巨野)의 '독주'에 소여(小輿) 국민의힘이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을 강행한데 이어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 주장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의 대화를 단절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與 "민주당이 의회 장악"…국회 보이콧 검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민주당은 11일 곧바로 상임위 가동에 들어갔다. 앞으로 3일 내 여당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협조하지 않을 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데드라인은 오는 13일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머지 단추도 마저 끼워야 22대 국회가 본 모습을 갖추게 된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7개 상임위도 신속히 구성을 마칠 수 있게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은 '국회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며 맞불을 놨다. 입법권을 포기하더라도 민주당이 홀로 열고, 홀로 운영하는 22대 국회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다. 대신 국민의힘 내부에 사실상 '작은 상임위'를 별도로 꾸려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15개의 자체 특별위원회를 꾸려 현안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여의도'와의 결별을 선언한 국민의힘은 대신 '용산'에서 답을 찾는 모습이다. 당정 협의로 시행령 개정에 적극 나서는 '시행령 정치'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나아가 야당이 추진하는 다양한 '특검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앞세워 무산시키겠다는 각오다.
국민의힘은 중재자로 나선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신임도 일찌감치 거둬들였다. 이날 역대 국회에서 가장 빠른 시점에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과정에서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巨野 없이 정치? 尹 남은 임기 '데드덕' 우려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양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당이 총선 기간 내건 '일하는 국회'라는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당 내부에서도 18개 상임위원장 독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며 "겸손과 포용의 자세를 보이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당의 단일대오가 중요한 때지만, 협치의 끈을 완전히 놓아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양당 주류 및 지도부의 의견은 여전히 강경하다. 상대당이 상임위를 가져가려는 이면에 '정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심에서다. 야당은 여당이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을 막기 위해, 여당은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 등을 추진하기 위해 상임위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대치가 심화될 경우 단기적인 타격은 정부 여당이 더 크게 입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0 총선의 패배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에 처한 역대 첫 대통령이 됐다. 이후 여권 내 원심력이 강해진 가운데, 야당과의 협치에도 실패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공약을 이행할 동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레임덕은 (총선 패배로) 이미 왔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입법, 예산 등 뭐 하나 하고 싶은 대로 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야'가 '소여'를 등지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대치하는 '정치 실종' 현상이 장기화될 시, 그 피해는 결국 국회도 대통령도 아닌 국민이 입게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최근 원 구성 논란과 관련해 "극심한 진영대결이 빚은 참극이자 정치의 실종"이라며 "참담한 일로, 대한민국이 정치의 몰락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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