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더 벌어진 격차…삼성 파운드리 ‘짙어진 그늘’

이재연 기자 2024. 6.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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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점유율이 올해 1분기 1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혹한기가 덮쳤던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는 사상 최저점이다. 첨단 반도체에서는 대만에, 구형 반도체에서는 중국에 점유율을 내준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전통의 강호였던 메모리 부문에서 휘청이고 있는데 더해 설상가상으로 파운드리의 부진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삼성 반도체가 종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매출 빠른 감소세…멀어지는 TSMC

11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11.0%였다. 지난해 3분기 12.4%에서 4분기 11.3%로 떨어진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하락한 것이다. 15~16%를 넘나들었던 3년 전에 비해서는 4%포인트 넘게 빠졌다. 이는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트렌드포스 집계에 포함된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등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시장조사기관에서 이를 자체 추산한다.

점유율 추락은 삼성 파운드리의 매출 규모 자체가 쪼그라든 결과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삼성 파운드리 매출은 지난해 3분기 36억9천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33억6천만달러로 9.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파운드리 매출이 2.4%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시장이 반도체 혹한기를 지나 온기를 되찾는 동안 삼성은 외려 뒷걸음질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내준 점유율은 대만과 중국이 가져갔다.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57.9%에서 4분기 61.2%, 올해 1분기 61.7%로 올랐다. 최신 공정을 적용한 3나노미터(㎚) 반도체의 품질 우위를 내세워 거물 고객을 독차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티에스엠시의 3㎚ 공정을 쓰는 고객사 명단에는 미국 엔비디아와 애플 등 내로라하는 기업이 포진해 있다. 반면 2022년 세계 최초로 3㎚ 양산을 개시한 삼성전자의 주요 수주 실적으로는 독일 지멘스가 거론되는 정도다.

중국 에스엠아이시(SMIC)도 최근 들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2%에서 올해 1분기 5.7%로 점유율이 불어나며 삼성전자에 이은 3위로 올라섰다. 에스엠아이시는 구형 반도체 중심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들어갈 돈 만만찮은데…‘승자독식’ 심화 가능성

삼성 파운드리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일단 파운드리 산업이 진화하며 고정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최대 난제로 꼽힌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을 밑도는 ‘초미세화’가 진행되면서 파운드리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있다. 한 예로 5㎚ 이하 공정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가격은 한 대당 수천억원에 이른다. 티에스엠시와 삼성전자는 각각 이 장비를 수십 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승자독식 구조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 기업은 고정비가 많을수록 제품을 더 많이 팔아야 비용을 회수해 이익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낸 이익은 재투자와 기술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1위 기업이 이런 선순환을 반복하는 동안 후발주자는 적자와 기술 경쟁력 퇴보라는 악순환에 갇히는 셈이다.

티에스엠시의 독주는 실제로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수년 전 50%대 중반이던 티에스엠시 점유율은 이제 60%를 넘나들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고부가가치 첨단 반도체에서 나온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올해 1분기 티에스엠시 매출 중에서 65%가 7㎚ 이하에 해당했으며, 영업이익률은 42.0%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9.2%에 그친 데다 파운드리 부문만 놓고 보면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티에스엠시 의존도 낮추기’에 나설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티에스엠시에서 독점 공급받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 기업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할 때 삼성전자가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에이엠디(AMD)가 삼성의 3㎚ 공정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다만 에이엠디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각) “(에이엠디와 티에스엠시 간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반도체기업이라는 특성이 삼성전자의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현재 메모리와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모두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각 부문 간의 시너지에 부쩍 방점을 찍는 배경이다. 다만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와 경쟁 관계가 된다는 점에서 이는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믿음을 얻은 티에스엠시의 행보와 대비되는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도 메모리-시스템 등의 융합이 중요해지는 시대여서 종합반도체기업로서의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중국 SMIC, 공격적 투자·저가공세로 파운드리 3위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에스엠아이시(SMIC)가 세계 3위로 올라서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가 공세’와 공격적인 투자로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다.

11일 에스엠아이시의 공시 자료를 보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자본적 지출(capex)은 22억3500만달러(약 3조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억5900만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에스엠아이시는 반도체 혹한기가 덮쳤던 지난해에도 자본적 지출을 전년보다 18%가량 늘린 바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티에스엠시(TSMC)가 투자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자본적 지출은 회사가 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설비 등에 투자한 금액을 일컫는다.

이같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회사의 몸집을 빠르게 불리고 있다. 실제 에스엠아이시가 2020년 이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팹(반도체 제조 시설)만 중국 상하이와 톈진, 선전 등 3곳에 이른다. 이들 팹이 완공되면 회사의 생산 역량은 배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행보는 구형(레거시) 반도체 시장에 작지 않은 파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구형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에 견줘 부가가치는 낮아도, 퍼스널컴퓨터(PC)와 스마트폰·자동차 등 사용처가 많다. 증권가는 에스엠아이시가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파운드리 회사를 밀어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에스엠아이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4.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97.8%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에스엠아이시가 얼마나 오래 출혈을 감수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엠아이시는 사실상 국영기업으로 분류된다. 회사의 미래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10~22나노미터(㎚)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이 2022년 6%에서 2032년 19%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에스엠아이시 몫으로 추정된다. 22㎚ 이상의 경우 33%에서 3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엠아이시의 공세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관건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와 달리 구형 제품의 비중도 작지 않은 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첨단 반도체에 주력하는 티에스엠시조차 올해 1분기 매출의 35%가 10㎚ 이상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구형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티에스엠시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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