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00억 횡령…금융판 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은행권 ‘긴장’
우리은행 700억 횡령 2년 만에 100억 횡령 사건 또 터져
책무구조도 앞두고 은행권 긴장…금융사고 시 CEO까지 처벌 가능
금융그룹 마무리 작업 한창…“위험요인의 세부적 인식·분류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우리은행의 한 직원이 대출 서류를 조작해 100억원 가량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금융사고에 임원과 최고경영자(CEO)까지 제재할 수 있는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둔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제출할 책임구조도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금융권에 대해 운영 위험요인에 대한 세부적 인식과 분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금융사고를 검사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전날 경남 김해 지점에서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이 횡령된 사실을 파악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에선 2022년 4월 차장급 직원이 약 712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번에 횡령을 저지른 우리은행 직원의 직급은 대리다. 그는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렸다. 이후 가상 화폐 등에 투자하며 투자 손실이 약 6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서도 금융권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 3월 100억원대의 부당대출 배임 사고가 터졌다. 두 달 만인 지난달에는 6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4월 111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내달 3일 시행 예정인 ‘책무구조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개별 임원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묻도록 하는 내부통제 규율 체계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원인으로 내부통제 중요성에 대한 임직원의 인식 미흡을 꼽으면서 도입됐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CEO 등 경영진도 내부통제 부실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각사 임원은 앞으로 금융사고 발생 시 담당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달 3일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우선 적용 대상인 은행과 금융지주사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인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자산 5조원 미만의 금융투자업자·보험회사, 자산 5조원 이상의 여신전문금융회사, 자산 7000억원 이상의 상호저축은행은 2026년 7월까지 제출하면 된다.
금융권은 법 시행을 앞두고 책무구조도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보험) 등 4개 계열사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임직원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진행했다. 신한금융은 연내 지주사 책무구조도 작성까지 마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을 마치고 세부 내용 조정에 돌입했다. 내부적으로 임원 전원에게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KB금융도 책무구조도 도입 TF를 통해 도출한 안을 6월 중순 이후 최종 보고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역시 TF를 통해 금융당국에 제출할 책무구조도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도 오는 8월까지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와 관련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임원의 내부통제 책무 누락을 최소화하고 관리책무를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운영 위험요인에 대한 세부적 인식과 분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 유형별 위험요인의 세부적 인식은 책무배분의 논거를 금융기관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스스로 확립해 나가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앞으로 제출될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기관이 운영위험요인을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책무 기술과 배분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어 “CEO가 책임져야 할 시스템적 실패의 의미를 최대한 분명히 정의하고 이해상충 등에 따른 임원 간 정보공유나 협력이 어려울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CEO의 관리책무를 더욱 구체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책무구조 외에도 각종 사고 발생을 상정한 시나리오 분석 등 금융기관의 운영위험 식별의 구체성과 관리 여부를 판단할 만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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