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벨마, 와인같은 록시 보러오세요"…뮤지컬 '시카고' 귀환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이렇게 하찮은 저를 만나러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그 사람을 왜 쐈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그 개새끼를요."
"앉아, 띨띨아!"
돈을 쫓는 변호사 '빌리 플린'(최재림 분)이 복화술을 하며 살인자 '록시 하트'(티파니영 분)를 '살인자'가 아닌 '불쌍한 여인'으로 각색한다. 록시는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고, 빌리는 그녀를 대변한다. 기자들은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쓴다.
17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시카고'가 지난 7일부터 오는 9월29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38개국 525개 이상의 도시에서 3만3500회 이상 공연됐고 34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한국 프로덕션 역시 2000년 초연 후 24년 동안 1500회 공연, 154만여 명이 관람했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는 그녀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인하고, 교도소의 간수인 '마마 모튼'의 도움을 받아 언론의 최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교도소 최고의 스타 여죄수다. 하지만 정부인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벨마의 인기를 빼앗는다. 혼자서는 유명세도 인기도 아무 것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벨마는 록시 하트를 설득할 방법을 모색한다.
이번 시즌에는 29명의 배우, 15인조 라이브 빅밴드, 17년간 손발을 맞춘 스태프가 함께 한다. 24년간 벨마로 활약해온 배우 최정원을 비롯해 정선아, 윤공주가 벨마를 연기한다. 아이비와 티파니 영, 민경아는 록시를 맡아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박건형, 최재림은 돈을 쫓는 변호사 '빌리 플린'을, 김영주, 김경선은 부패한 간수 '마마 모튼'을 연기한다.
최정원은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제 좌우명은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을 언제나처럼'이라며 "초심을 잊지 않는 신입같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특히 록시를 맡은 세 배우들에 대해 "와인 같은 매력을 지녔다"며 "와인이 어떤 토양에서, 어떤 물을 마시며, 어떤 태양을 받느냐에 따라 다른 것처럼 세 록시가 너무 다르다"고 소개했다. "어떤 록시와 연기하느냐에 따라 제 자세부터 바뀌어요. 세 록시를 통해 자극을 받죠. 너무 좋은 물, 좋은 태양을 받은 최고의 록시를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윤공주는 "첫 공연, 첫 곡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며 "정말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며 공연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정선아는 "최정원 선배가 멋지게 지켜온 벨마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며 "그 전의 작품들이 정선아의 어떤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많이 절제했고, 오리지널 해외팀에게 의지했다. 정선아가 아닌 벨마의 새로운 모습을 창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록시역의 아이비는 "세 벨마 모두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라며 "열심히 하고 있지만 벨마들의 운동량과 자기관리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세 벨마 모두 훌륭한 배우고, 각자의 매력이 다르다"며 "최정원 선배는 더이상 갈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도 에너지가 계속 더 생기는 우리 모두의 롤모델이고, 윤공주 선배 역시 연습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자리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선아는 이번에 합류했지만 예전부터 해온 것 같은 무르익은 감성과 연기, 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티파니영은 "공연 마지막까지 최고의 감독, 최고의 배우들의 땀과 수고를 믿으며 저희가 만든 캐릭터 안에서 뜨겁게 스토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아는 "3년 전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록시에 녹이고 있다"며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고 했다.
'빌리 플린'을 맡은 박건형은 "긴장은 저희가 할테니 관객들은 편하게 즐겨달라"고 말했다. 최재림은 "복화술을 잘 하려고 책까지 사서 읽었다"며 "기초로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혔다. "두번째이다 보니 처음보다는 여유가 생겼어요. 무대 위의 달라진 제 모습이 스스로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그 여유가 드러나니 복화술도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마마 모튼'을 맡은 김영주는 "시카고는 춤, 노래, 연기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이라며 "매 시즌 공연되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캐릭터를 찾아가고 밀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다. 마마는 그렇게 공기처럼 시카고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했다.
김경선은 "세계 최연소 마마 모튼이었고, 지금은 최장수 마마 모튼을 노리고 있다"며 "마마 모튼은 부패한 간수지만 안타까운 친구들에게 정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 레플리카 프로덕션 첫 시즌부터 함께해온 스태프들이 이번 시즌을 위해 다시 모였다. 오리지널 뉴욕 프로덕션 재창작 연출 타냐 나디니, 안무 게리 크리스트, 음악 수퍼바이저 롭 바우맨, 국내협력연출 김태훈, 국내협력안무 노지현, 국내협력음악감독 오민영 등이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 위에서 흐느끼는 듯 절규하는 재즈가 흐르고,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의상을 입은 연기자들의 관능적인 춤이 무대를 채워나간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코믹하게 야유하고 조롱하며 사회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시카고'의 15인조 밴드는 튜바, 트럼펫 등 미국적인 사운드를 표현하는 악기들로 편성돼 있다. 무대 정중앙 계단 형 피트에 밴드가 위치해 제2의 배우로 극에 참여하기도 한다. 특히 지휘자가 익살맞게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과 막간에 연주되는 신나는 밴드의 애드립은 뮤지컬 '시카고'만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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