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연기 잘하는 거 다 아니까···뽐내려 하지 않아”
“실수도 즐겨…날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할 뿐”
지난 4일 연극 <벚꽃동산> 첫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 전, 전도연은 속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긴장과 두려움이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평소 같으면 집에 편히 누워 넷플릭스 볼 시간인데 내가 왜 스스로 발등을 찍었나….”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해야 할 것’을 했다. 동료들은 내내 “걱정하지 마.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벚꽃동산>은 폐막일인 7월7일까지 90% 이상의 좌석 판매율을 보이며 화제의 연극으로 떠올랐다.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전도연이 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전도연은 “무대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적응 중이다. 긴장이 있지만 조금씩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체호프의 원작을 2024년 한국으로 옮겼다. 전도연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미국에 갔다가 5년 만에 귀국한 송도영을 연기한다. 송도영은 선대가 일군 부를 대책 없이 탕진하고 연애와 술에 중독돼 있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첫 공연의 긴장이 무색하게, 전도연은 금세 자신감을 되찾은 듯했다.
“‘전도연 연기 잘한다’는 건 다 아는 거니, 제가 연기 잘하는 거 뽐내려고 하진 않아요. 어릴 때는 상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었지만, 이젠 내가 이 작품을 받아들인 만큼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표현하는지가 중요해요. 연기를 뽐내려면 무대를 선택하진 않았겠죠. 무대는 실수를 가려주지 않으니까요. 오직 절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사이먼 스톤과 배우들은 지난 1월 워크숍을 했다. 연극과 별 상관없는 개인사와 주변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송도영은 이해하기 쉬운 인물이 아니었다. 실제 딸이 있는 전도연은 “송도영이 고통과 아픔을 딸에게 표현하고 전가하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딸이 이를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오랜만의 무대에서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사소한 실수도 상관하지 않는다. 전도연은 “사이먼은 ‘실수해라. 상대 배우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만들려는 연출 의도”라면서 “기대 이상의 충족감을 느끼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전도연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오를 곳이 없는 배우다.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도 많다. 일찌감치 이룬 성취에 전도연은 10여년 전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계속 뭔가 돼야 한다는 건 욕심이잖아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욕심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욕심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죠. 어렸을 때 제 꿈은 배우가 아니었어요. 목표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오랫동안 배우를 하는 거 같아요. 지금은 일하는 시간 자체가 목표입니다. 그냥 그 시간을 보내는 것뿐입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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