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2일 푸바오 공개…외교와 멸종 보호 연구 위해 오고가는 판다

이채린 기자 2024. 6. 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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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에버랜드 제공

지난 4월 중국으로 돌아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12일 대중에 공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푸바오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중국은 미국과 스페인에 판다를 또 다시 임대 형태로 보낸다고 최근 밝혔다. 푸바오가 한국에 왔다 돌아가는 이유를 비롯해 중국이 이같이 판다를 주고 돌려받는 명목상 이유는 모두 '멸종위기종인 판다를 보호하기 위한 연구'다. 중국은 판다를 통해 외교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임대국과 실제로 판다 연구를 진행 중이다.

11일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푸바오는 12일 오전 9시 30분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반환된 지 약 2개월 만이다. 올해 스페인에 2마리의 판다를 보낸 중국은 모두 6마리의 자이언트 판다를 미국에 보낼 예정이다. 

●판다 인공 번식에 기여한 미국

중국의 '판다 외교'가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던 1970년 이후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뒤 저운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선물로 판다 '링링'과 '싱싱'을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판다는 선물의 개념이었다. 점점 판다가 서식하는 곳의 생태 환경 악화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중국이 1981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판다를 선물하는 정책을 그만둔다. 

대신 1984년 중국은 판다를 학술적인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 임대하는 제도로 바꾼다. CITES는 멸종위기동물의 보호 필요에 따라 동물을Ⅰ~Ⅲ의 세 등급으로 나눈다. 자이언트 판다가 포함된 부속서Ⅰ에 오른 종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거래를 할 수 없다. 현재 판다는 전세계 1800여 마리 정도 남은 멸종 취약종이다. 중국이 판다를 임대할 때 '판다 연구'라는 이유를 대는 이유다. 

중국은 판다를 대여하며 임대국으로부터 받는 돈을 판다 연구에 쓴다. 중국은 판다 보호를 위해 장기 임대할 때 10년 안팎의 계약 기간을 설정하는 조건을 건다. 매년 한 쌍 기준 100만 달러(약 13억 5000만원)의 대여료를 중국에 내야 한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을 경우에도 추가로 중국에 대여료를 내야한다. 

판다 임대 기간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판다를 연구할 수 있고 이 기간 태어난 판다는 중국 측 소유가 된다. 대표적인 중국과의 판다 연구에서 협력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자이언트 판다는 자연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 동물로 유명하다. 미국 동물원은 판다의 서식지 외 보전을 위한 인공번식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1999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중국이 미국에 보낸 '시시'와 '바이윈' 사이에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가 태어난 사례가 있다. 올해 중국으로부터 2마리의 판다를 받는 미국 스미소니언 동물원은 홈페이지에 별도로 판다에 대해 그동안 동물원에서 어떤 연구를 했는지 자세히 설명해두고 있다. 스미소니언 동물원은 판다의 정액을 보존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중국으로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판다를 둘러싼 두 나라의 협력은 1978년 시작해 40년이 넘었다.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과 맺은 판다 국제보호협력 연구협약에 따라 청두 판다 사육연구기지의 판다 '진시'와 '주위'를 오는 29일 마드리드 동물원으로 보낸다. 

● 한국에서 판다 연구 논문 나왔다 

한국도 판다 연구를 진행해 왔다. 푸바오 전 한국이 처음 만난 판다는 1994년 한중 수교 2주년을 맞아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들어온 암컷 '리리'와 수컷 '밍밍'이다.

당시 에버랜드 동물원장을 지낸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판다들이 4년 동안 에버랜드에 지내는 동안 중국에서 온 사육사가 상주하며 관리했다"면서 "판다가 아프거나 특이한 행동을 할 때 관찰하며 함께 연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판다의 변이 좋지 않은 이유가 특정 세균 때문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소수의 판다만 임대되고 중국 소유이기 때문에 중국 판다연구센터처럼 적극적으로 판다 연구를 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면서도 "판다의 생활양식, 행동 등을 관찰하는 정도의 연구를 했지만 이 정도의 연구도 멸종위기종인 판다의 개체수를 늘릴 때 좋은 지침이 되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판다를 관찰하고 연구했던 신 교수는 "판다는 육식동물의 내장기관을 가진 채 초식동물의 습생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소화력이 떨어져서 대나무에서 부드러운 부분만 먹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10kg의 먹이를 받으면 2~3kg 정도만 먹고 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2020년 국내 최초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판다 푸바오와 아래는 2023년 7월 7일 태어난 푸바오의 쌍둥이 여동생들. 에버랜드 제공

신 교수는 푸바오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대해 "푸바오의 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쌍둥이를 낳고 성공적으로 길렀다는 점이 독특한 점이라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이유도 판다 연구를 위해서다. 성 성숙이 일어나는 만 4살이 되면 종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판다는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 중국이 혈통과 번식 실적 기록을 토대로 계획적인 짝짓기를 시킨다. 푸바오의 경우 아빠 러바오의 외할아버지 판판의 자손이 많아 피가 섞이지 않은 판다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푸바오는 중국에서 짝짓기를 통해 판다 개체수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판다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5월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간 푸바오가 수컷 판다 2마리와 교류하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2017년생 '위안멍'이 신랑감으로 오르내리는 것도 판다 연구에서 짝짓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2일 공개되는 푸바오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에 대해 신 교수는 "100억원 가량 들인 에버랜드 동물원 시설에 비해 수백 마리의 판다를 기르는 중국 판다연구센터의 규모와 시설이 부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이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많이 연구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푸바오를 잘 보살펴줄 것이라고 믿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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