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배 기획자 "아메리칸 팝아트, K콘텐츠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
재스퍼 존스, 앤디 워홀 등 팝아트 작품 180점
하정우, 찰스장 등 국내 작가도 함께
"국내 작가들이 아시아 투어 돕겠다"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메릴린 먼로, 여덟 가지 색깔이 한 세트인가?”
“글쎄. 우리나라 전시에서는 처음이라는데?”
“성공적인 기획전을 여러 차례 치렀지만, 이번 전시회에 쏟은 시간과 정열은 여느 때보다 많았죠. 전 세계 투어 전시회의 첫 무대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의 가치가 인정받은 셈이죠.”
김용배 이너스페이스 대표는 9월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을 지난 1년여 남짓 기획했다. 아메리칸 팝아트의 형성에 큰 공헌을 한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셴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로버트 인디애나, 제임스 로젠퀴스트, 톰 웨셀만, 짐 다인 등 8인의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 180점을 전시했다. 앤디 워홀의 연작을 포함해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판화 작품 등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 한 두 점이 아니다.
“아메리칸 팝아트에 집중한 게 이번 전시회의 특징이에요. 세계 투어 전시회의 원래 출발지가 일본이었는데, 1회 출발지로 서울이 됐죠. 작품을 제공한 현지 기획사가 이너스페이스의 기획력을 높이 평가했고, 운 좋게도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죠.”
김용배 대표는 최근 성수아트페어에서 팝아트 등을 전시하면서 페스티벌 같은 전시회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에서 추천할만한 작품으로 리히텐슈타인의 초기 작품, 앤디워홀의 아홉 개의 앨범 등을 꼽았다. 많은 이들이 작품 하나하나를 본 적은 있을지 몰라도 한 자리에서 손으로 가늠하고 눈으로 탐험하는 전시는 처음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작가의 작품에 따라 벽면의 색깔을 달리하거나,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다르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변주도 노렸다.
“휘트니 미술관 50주년 기념작인 재스퍼 존슨의 ‘두 국기’라는 작품도 스토리가 있어요. 미국 국기를 위아래에 배치한 것인데, 주를 상징하는 별의 숫자가 달라 미국의 성장사를 엿볼 수 있죠.”
“전시공간의 관람 동선 마지막에 자폐 스펙트럼 작가들의 특별전도 마련했어요. 9월까지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을 맺으면 해외 콘텐츠를 뺀 채로 현재 참여했던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 국내 투어도 기획 중이에요. 각 지역마다 갤러리, 재단 등이 많이 있으니 전시를 여는 게 문화향유의 측면에서도 필요한 일이죠.”
김용배 대표는 앞서 2006년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테디베어 관련 전시회를 열어 성공시킨 적이 있다. 당시 테디베어 전시회는 코엑스에서 70만 관람객을 불러들인 데 이어 인천세계도시축전에서 100만 남짓한 관람객을 모았다. 4년 넘게 전국 투어 전시회를 연 끝에 연인원 400만명 관람객을 기록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23년에는 서울 DDP에 LED 전구로 만든 장미 전시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4년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신제품 출시 홍보 프로젝트를 기획하다 낮과 밤에도 시들지 않는 꽃을 떠올리고 이 아이디어로 LED 장미를 만들어냈다. 당시 DDP에 설치된 LED 장미 2만 개로 만들어진 장미정원에는 한 달 만에 100만명, 이듬해 4월 초까지 6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폭발적 인기에 에버랜드 장미농원, 인천송도불빛축제, 서울시청 광장, 명동성당에도 LED 장미정원이 등장했다.
“해외 작가들의 사례를 보면 국내 작가에 대한 전략적인 기획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고 봐요. 테디베어 전시회 등을 성공시킨 경험을 토대로 작가의 크리에이티브를 기본으로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또 다른 문화 비즈니스의 툴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K콘텐츠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들 말하죠.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번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아시아 투어를 하면 어떨까 상상해보곤 합니다. 작가 입장에서 작가의 브랜드를 어떻게 높이는 게 좋을까 연구하고 있어요.”
고규대 (en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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