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해주고 자리로 커피 한잔만"… 이곳선 로봇이 다해준다

팩토리얼 성수 가보니
이지스, 삼성·현대차 손잡고
로봇·사물인터넷 기술 적용
올리브영·슈퍼셀 입주 앞둬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의 주차 로봇(왼쪽 사진)과 배달 로봇. 이지스자산운용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의 주차 로봇(왼쪽 사진)과 배달 로봇. 이지스자산운용

"로봇과 사물인터넷(IoT)이 곳곳에 스며든 '테크 레디(Tech Ready·기술 집약)' 빌딩을 상업용 부동산으로 지은 건 이곳이 최초입니다. 임차인에게 필요한 최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할 계획이죠."

김현수 이지스자산운용 공간컨텐츠실장이 1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팩토리얼 성수'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초역세권에 있는 팩토리얼 성수는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가 현대자동차·삼성전자와 손잡고 만든 미래형 오피스다.

하얀 물결 모양으로 디자인된 10층 높이 건물 곳곳에 현대차의 로봇 기술과 삼성전자의 비즈니스용 IoT 기술이 접목됐다. 그간 정보기술(IT) 대기업 사옥에 시범적으로만 구현되던 첨단 기술을 임대차 빌딩에 구현한 게 차별점이다. 입주자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물의 리모컨처럼 쓸 수 있게 설계했다. 현장에 가보니 지상 3~10층 사무실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로봇에 각종 배달을 시킬 수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면 지하 1층 카페에서 대기하던 로봇이 위층 사무실로 직접 가져다준다. 도착한 택배도 로봇을 통해 받는 게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안팎으로 로봇 전용 자리가 마련된 덕분이다. 물론 출퇴근 시간이나 식사 시간은 제외하고 운영한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에 휴대폰 QR코드나 얼굴 인식을 하면 수납 공간이 열리며 커피나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카페에 직접 가면 아예 로봇이 에스프레소를 내려주기도 한다.

지하 주차장에는 주차를 대신해주는 발레 로봇도 있었다. 관련 제도가 미비해 차단기 뒤편 여섯 칸에서만 시범 운영한다. 입주기업에 법인차량을 빌려주는 구독 서비스를 계획 중인데, 일단 이 차량만 발레 로봇이 주차를 도맡는다.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 로봇이 차 밑을 들어 운반하는 구조다. 김 실장은 "발레 로봇은 회전반경이 필요하지 않아 주차 공간을 상당히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라면 충전도 로봇이 직접 해주도록 설계됐다.

건물 9~10층은 공유 오피스 성격의 공간이다. 업무용 오피스는 5~10년 단위로 장기 임대하는데, 이곳은 1년 단위로 짧게 구독할 수 있게 열어뒀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이 임차를 '찜'했다. 이곳 천장에는 삼성전자의 IoT 센서 레일이 깔려 있다. 온습도, 조명 조절을 맞춤형으로 해주는 게 특징이다. 가령 햇빛이 센 시간에는 온도를 자동으로 낮춰준다. 공용 회의실 책상에는 영상회의 때 발언자에 따라 화면을 바꿔주는 카메라 장치가 삽입됐다. 화이트보드에 적는 그대로 디지털 화면에 보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지상 1~2층 리테일 공간과 3~5층 업무 공간은 올리브영이 임차했다. 나머지 층도 모두 임대차 계약이 마감됐다. 게임업체 슈퍼셀, 패션업체 컬럼비아 등이 오는 9월 입주한다. 최첨단 기술 도입 빌딩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성수 지역 최고 임대료를 자랑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앞으로 서울 도심에 팩토리얼 브랜드 건물을 늘릴 계획이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