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버리고 식수 오염 사태에도 英 수도회사 CEO 연봉 올라[통신One]
세븐 트렌트 CEO도 지난해 급여, 보너스, 주식 56억원 챙겨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수도 회사 경영진들이 강과 바다에 미처리 하수를 역대급으로 대량 유출한 뒤에도 자신의 거액 연봉을 방어하거나 인상된 급여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워터(SWW)를 소유한 페논(Pennon) 그룹의 최고 경영자(CEO) 급여가 약 31만7000 파운드(약 5억5500만원)나 인상됐다.
이는 관할 지역인 잉글랜드 남서부 휴양도시 데번에서 기생충인 크립토스포리디움 감염 사태로 환자가 속출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사우스웨스트워터(SWW)는 데번, 콘월, 도싯 등 잉글랜드 남서부에 거주하는 약 180만명과 매년 휴양지를 방문하는 5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페논(Pennon) 그룹의 CEO 수잔 데이비는 가장 최근 회계연도에 86만 파운드(약 1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챙겼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의 54만 3000파운드에서 약 31만7000파운드 늘어난 금액이다.
하수 무단 방류로 환경 오염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이 일면서 페논 그룹 경영진이 상여금을 포기하기로 동의한 이후에 보수가 인상된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지난달 데번 브릭섬 지역에서 발생한 크립토스포리디움 감염 확진 사례가 100건 이상 보고됐다. 약 1만7000여 가구에 식수를 끓여 마셔야 한다는 예방 지침이 내려졌다가 나흘 뒤에 해제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수돗물 사용에 불편을 겪고있다.
이날 기준 사우스웨스트워터(SWW)에 따르면 브릭섬 상부 지역과 킹스웨어, 힐헤드 지역에서는 여전히 크립토스포리디움 감염 우려가 해결되지 않아 식수를 끓여 마셔야 한다는 경고령이 내려져 있다.
사우스웨스트워터(SWW) 고객 최고 책임자 로라 플라워듀는 지난 9일 공개 성명을 내고 "크립토스포리디움 오염 원인을 파악하고 손상된 공기 밸브 케이스를 교체했다"며 "하지만 식수로 수돗물을 마시거나 양칫물로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물을 끓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븐 트렌트의 CEO인 리브 가필드도 지난해 급여와 보너스, 주식으로 320만 파운드(약 56억원)를 받았다. 지난 4년 동안 1300만 파운드(약 227억5200만원)의 수입을 챙긴 사실도 알려졌다.
해당 수도 회사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무단 배출한 미처리 하수 유출량이 직전 연도보다 3분의 1 이상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CEO가 연봉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너스까지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세븐 트렌트는 잉글랜드 브리스톨과 셰필트 남부 등 미들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80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하수를 처리하는 상하수도 처리 기업이다.
지난 2월 영국 환경부(DEFR)는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경우 수도회사 대표가 보너스를 챙겨가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산하 수도회사 규제기관인 오프와트(Ofwat)도 당시 수도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과 CEO의 상여금 지급을 금지하기 위한 세부 규정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수욕장이나 자연보호 구역에 오염 사고를 일으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런 정부 발표가 나온 지 불과 4개월 만에 식수 오염 사태 장기화로 논란을 겪고 있는 수도 회사 대표가 5억원이 넘는 연봉 인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페논 경영진은 올해 급여 인상분의 일부를 포기했기 때문에 데이비 대표의 이번 급여 인상분은 기존보다 23만7000파운드(약 4억1470만원) 낮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페논 그룹은 길 라이더 이사회 의장이 다음 달 주주총회를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임으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글로벌 부대표로 근무했다가 현재 스타링 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프롤이 맡을 예정이다. 스프롤 차기 의장의 기본 급여는 25만 파운드(약 4억3700만원)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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