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의 13분짜리 '밤낚시', 영화관 천원 관람으로 낚을 신기한 경험들 [ST종합]

윤혜영 기자 2024. 6. 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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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영화 '밤낚시'가 극장가에 신기한 영감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11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밤낚시'(감독 문병곤·제작 스태넘) 언론시사회&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손석구와 문병곤 감독이 참석했다.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다. 자동차의 시선으로 밤을 그려낸다는 소재로,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시도를 꿰차고자 자동차 카메라 7개로 촬영됐다.

현대자동차에서 손석구에게 '자동차의 시선이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손석구가 동갑내기 친구이자 '세이프'(2013)로 한국 최초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문병곤 감독에게 손을 내밀며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손석구는 "처음에 이 제안을 받았을 때 '이게 뭐지?' 했다"면서 문 감독을 부른 이유로 "말씀하시는 것 들어보면 굉장한 문학 감성이 있다. 한 번 수혜를 보고 싶었다. 저는 친구이기 이전에 감독님의 팬이기도 하다. 다른 얘기지만 제가 단편 영화 만들 때 멘토링도 해줬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처음에는 섣불리 진행했다. 자동차 카메라로 찍는다길래 유튜브, 구글을 찾아봤다. 자동차 카메라로 찍은 게 있나. 근데 없더라. 찍으면서 깨달았다. 사람들이 왜 안 찍는지. 근데 안 될 것 같은데 되는 즐거움이 있더라. 이건 과정 속에서 제가 좀 더 재밌게 찍을 수 있었던 이유고, 그 전에 이걸 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어려울 거 같아서였다. 저한테도 큰 숙제를 주는 거고 그 숙제를 풀었을 때 성취감도 풀 수 있을 거 같아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또한 문 감독은 영화 구상에 대해 "처음에는 '자동차 카메라로 이야기를 구상하자'가 미션이었다. 자동차가 여행과 낚시와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런 자동차를 타는 요원을 생각했다. 그런 요원이 하는, 예상을 벗어나는 가장 재밌는 행동이 뭘까. 강에서 낚시하는 게 아니고 전기차 충전소에서 낚시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밤을 강조한 이유는 낮낚시도 재밌지만 밤에 하는 낚시가 정서적으로 차분해지는 것도 있고 미스터리한 재미도 있고 의외성을 만들기 좋은 시간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손석구가 공동제작 했다. 손석구는 "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작을 담당한다는 건 감당도 안 되고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운때가 좋다고 생각했다. 숏폼 형태의 영화라 가능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제일 컸던 건 처음에 이 영화 기획을 했던 현대차에서 어떤 종류의 컨텐츠를 만들자고 했을 때 자동차의 시선을 담은 영화라니 재밌겠다 했다. 대신에 이걸 하는 과정에서 나는 단순히 배우로서 참여하는 것보다 이 모든 과정을 경험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리고 아티스트에게 무한의 자유만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 했다. 제가 민망할 정도로 '흔쾌히 해도 좋다' 좋게 봐주셔서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고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게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손석구는 혼자서 극을 이끌어간다. 그는 "아무래도 1인극이라 혼자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말이 10분이지 배우 혼자서 1분도 끌어가기가 상황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다. 근데 저는 이 과정에서 부담이 됐을 법한 설정들이 하나도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 문병곤 감독님이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가 굉장히 납득이 됐다. '어쩌다가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게 됐어?' 했더니 나는 늘 혼자 밤에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영감을 쫓는 과정이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데 그게 이 밤낚시의 행위와 비슷하다'고 하더라. 역시 대단하다. 작가다. 그런 이야기라면 혼자 하는 게 맞다. 나도 너무 잘 아는 마음이기 때문에 혼자라도 부담 없이 재밌게 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카메라로 촬영한 경험도 털어놨다. 손석구는 "카메라가 고정돼 있다는 건 반대로 그 안에 피사체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은 장르를 액션 쪽으로 가져간 것 같다"면서 "제 눈에 카메라는 없고 다 끝났습니다 하면 찍은 걸 후에 확인하는 과정이 다른 데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배우가 연기할 때 카메라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제 주변에도 카메라가 가까이 올 수록 긴장하는 배우가 많다. 저 또한 그랬고. 그런 부분에서 저는 연기할 때 심적으로는 편했다. 근데 육체적으로는 고됐다. 그만큼 많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라고 했다.

문 감독은 "연출적으로는 카메라가 고정된 상태에서 저는 카메라 밖에 있는 상황을 소리로서 관객들한테 그 존재를 느끼게 해줘야겠다. 거기에 중점을 뒀다. 영상도 있지만 사운드 디자인 그 재미를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댔다.

'밤낚시'는 러닝타임 12분 59초로 영화도 숏폼처럼 빠르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취지로 단 1천 원에 관람하는 '스낵 무비'의 시도를 알린다.

이번 영화로 낚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문 감독은 "영화 외적인 요소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면 좋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끝에 퀘스천 마크와 느낌표가 남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영화 외적으로 '천원 무비' '스낵 무비' '그게 뭐지?' 하면서 왔으면 좋겠다. 제가 던진 퀘스천 마크에 답은 없지만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실험이다"라고 했다.

손석구 역시 "저도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비슷하다. 저는 두 가지를 낚고 싶다. 하나는 이 영화를 만든 문 감독님과 저의 앞으로 콜라보에 대한 기대감, '이 둘은 이런 영화를 하는 사람이구나. 미래 차기작도 기대해봐야지' 하는 기대감과 또 하나는 어떻게 보면 도전이니까 이번 스낵 무비를 시작으로 꼭 스낵 무비가 아니더라도 다른 영감을 받으신 또다른 아티스트들의 또다른 극장에서의 재미 요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영감을 낚아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밤낚시'는 6월 14일부터 16일, 21일부터 23일 2주간 CGV 단독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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