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삼성전자 법인세 안 낸 이유가 영업이익 적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4. 6.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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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 연합뉴스

부부 모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배너지, 뒤플로 MIT 경제학 교수 부부가 공저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경제학자와 일반인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싫어한다. 일반인은 좋아한다고 한다. 경제학자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부가 창출된다고 본다. 반면, 일반인은 실업의 위험을 우려한다고 한다. 예상대로 경제학자들은 일반인보다 자유주의를 선호하는 것일까?

그런데 세금 관련 의견은 그렇지 않다. 경제학자들의 무려 97.4%는 연방 정부의 세금 인상을 옹호했다고 한다.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세금 인상을 찬성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학자의 세금 인상 찬성 비율은 얼마나 될까? 97.4%는 언감생심이고 50%라도 나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 경제학 분위기는 미국 경제학 분위기랑 아주 다르다.

▲ 지난해 1월31일 기타 고피나스 IMF(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가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났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마침 세계 금융 자본주의의 총본산(?) IMF 수석부총재 기타 고피나스(Gita Gopinath)는 최근(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 첫 문단부터 “미국은 세금을 인상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IMF는 부자증세를 강요하려는 백악관을 지원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물론 우리나라 많은 언론도 이를 보도했다. 다만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에 증세보다는 재정지출 감축에 조금 더 방점을 찍은 뉘앙스다.

▲ 기타 고피나스 IMF(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 증세 관련 포털사이트 보도 갈무리

왜 이렇게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증세에 부정적일까? 이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겠다. 다만, 나는 언론이 조성하고 있는 오해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다른 기사에는 특히 오류가 많다. 예를 들면 최근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이 0원이라 올해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는 기사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 법인세 관련 포털사이트 보도 갈무리

법인은 영업이익이 0원이라고 세금을 안 내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과 비영업수익을 합친 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영업이익은 적자가 났다. 그러나 영업외 손익은 무려 29조 원 흑자가 발생해서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17.5조 원이다. 회계상 이익은 많이 발생했으나 세금을 내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법을 바꾸어서 감세했기 때문이다. 최근 바뀐 법에 따라 2023년부터 해외자회사 배당 수익에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세무상 과세되지 않는 수익). 그리고 R&D 및 설비투자 공제액도 많이 늘어났다.(세액공제 및 감면) 이에 따라 법적으로 감면해 준 세액이 12조 원이 훌쩍 넘는다.

결국, 2023년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않는 이유는 영업이익이 적자여서가 아니다. 법인세를 깎아주는 적극적인 감세의 영향도 크다. 이러한 감세로 인해 삼성전자는 법인세 비용이 아니라 거꾸로 7.9조 원의 법인세 이익이 발생했다. 물론 회계상 법인세 이익은 현금흐름상 법인세 납부액과는 달라서 7.9조 원을 삼성전자에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미래의 법인세 납부액을 그정도 줄여주게 된다.

▲ 삼성전자 2023년 손익계산서 (별도 기준)

여기서 삼성전자 법인세 감면 정책이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논쟁은 불필요하다. '영업이익이 적자여서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는 표현은 오류라는 사실과 삼성전자 법인세 감면이 필요하다는 것과 별개 문제다. 투자 증진 등 모종의 필요에 의해서 삼성전자 법인세를 깎아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재정지출은 정해져 있기에 삼성전자 법인세 감면액만큼 누군가는 다른 부분에서 채워주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될수도 있고 나의 후손이 될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감면액만큼 국가부채가 증가한다. 결국 다른 부분의 세금에서 메워야 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지한 이후에 삼성전자 법인세 감면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이 세상에 세금내기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부작용 없는 세금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법인세를 깎아주면 투자가 늘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면 소비와 근로의욕이 증가한다. 그럼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다깎아주는 것은 어떨까? 이참에 상속세, 종부세, 재산세도 깎는 것도 좋겠다.

▲ 세종시 국세청 전경. ⓒ 연합뉴스

세금 부과에 따른 부작용을 열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언론은 이부분은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 세금 부과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매우 구체적인 부작용 사례 하나하나는 잘 보도가 된다. 저널리즘 정신에 번뜩이는 좋은 기사도 많다. 반면 세금 감면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기사화가 덜 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은 현명하다. 최근 참여연대가 리서치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은 종부세와 금투세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은 경제학자가 일반 국민보다 더 증세에 적극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반 국민이 경제학자보다 증세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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