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잡스`가 사라졌다… AI 뒤처지자 오픈AI에 의존

팽동현 2024. 6. 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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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에 챗GPT·뒤늦은 통화녹음
혁신기대 못미쳐… 주가 2% 뚝
애플이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은 모든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개인용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AI와 머신러닝을 접목해 왔으며, 생성형 AI는 이를 더욱 새롭고 강력한 차원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에서 기대에 차서 말했다.

이 행사에서는 '애플표 AI'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은 iOS를 비롯한 운영체제(OS)에 AI를 심고, 음성비서 '시리'에는 오픈AI의 챗GPT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OS에 심을 것"이라며 "AI는 언어와 이미지, 행동은 물론, 개인적인 맥락을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발표 이후 이날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91% 떨어진 193.12달러를 기록했다. 시총은 다시 2조달러대(2조9610만달러)로 내려 앉았다. AI 시대에 뒤진 애플은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린 데 이어 엔비디아와 글로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 주식이 오르고 애플은 하락하면서 다시 엔비디아에 시총 2위 자리를 빼앗겼다.

애플은 이날 AI를 키워드로 많은 발표를 쏟아냈다. 애플은 자체 AI 시스템을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고 소개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AI 기능은 온디바이스 형태로 제공되며, 개인정보를 따로 수집하지 않고도 수행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아이패드 OS에서 애플 펜슬로 계산식을 넣으면 AI가 알아서 계산해주고, 이용자가 원하는 이모티콘을 생성하고 글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생성 AI 기능 등을 시연했다. 아이폰 앱에서 통화녹음과 텍스트 전환, 요약 기능도 지원한다.

그러나 AI 흐름에 뒤늦게 동참한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주주인 오픈AI와 손잡음으로써 독자 AI 전선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시켰다. 특히 애플의 대표 AI 서비스인 음성 비서 '시리'에 오픈AI의 챗GPT를 접목한다. 시리는 2011년 처음 공개한 음성 비서로, 그동안 생성형 AI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10여년 만에 외부에서 수혈한 생성형 AI를 탑재해 업그레이드를 꾀하는 것. 애플은 그러면서도 "시리는 일일 요청 건수가 15억건에 달하는 지능형 AI 비서의 원조"라고 강조했다. 시리에는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고,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신경 썼다고 밝혔다.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시리가 챗GPT에서 정보를 가져와야 할 때는 이용자에게 먼저 물어본다"며 "이용자가 동의하게 되면 개인정보보호 범위를 벗어나 챗GPT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 인텔리전스가 유용하려면 이용자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생성형AI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봤고 이제 그 기술을 애플의 방식으로 첫 단추를 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오픈AI뿐 아니라 구글과의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챗GPT는 우리 옵션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이용자가 사용하고 싶은 특정 모델, 예를 들어 창의적인 글쓰기나 코딩에 선호하는 모델이 있으면 우리는 이를 지원하려고 한다. 구글 제미나이 같은 다른 모델 접목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그동안 오픈AI뿐만 아니라 구글과도 생성형AI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오픈AI와 먼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자체 모델이 아닌 챗GPT 등 외부 모델을 접목한 이유에 대해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며 이용자들이 익숙하고 널리 이용하는 모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챗GPT를 우선 접목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최고로 시작하고 싶었다"며 "챗GPT는 현재 가장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모바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온 애플이 AI 혁신에는 최고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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