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뵈니까 옛날 생각 납니다"…노장 김경문, 제자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종합)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막상 이승엽 감독을 이렇게 뵈니까 또 옛날 생각이 납니다. 너무 반가웠어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경기장을 찾자마자 곧장 그라운드로 걸어 나갔다. 두산이 경기 전 훈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라운드 한쪽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이승엽 감독은 김경문 감독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갔다. 백전노장인 김 감독은 그런 이 감독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김 감독은 이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쭉 존댓말을 썼다. 두 사람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쓴 주역이었다. 당시 두산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맡아 베이징의 기적을 이끌었고,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민타자'였던 이 감독은 국가대표 4번타자로 함께했다. 김 감독은 16년 전에는 제자였으나 지금은 동등한 KBO리그 한 구단의 사령탑인 이 감독을 예의를 갖춰 대했다.
김 감독은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이승엽 감독을 이렇게 뵈니까 옛날 생각이 또 나고 너무 반가웠다.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는 (경기를) 해야 하지만, 이 순간이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야구계 선배로서 이 감독을 향한 칭찬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선수들, 코치진, 모든 관계자들에게 굉장히 평이 좋다. 그리고 지금 감독 2년차인데, 굉장히 팀을 잘 이끌고 있더라"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NC 다이노스 사령탑을 맡았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한화 지휘봉을 잡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몸은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과 눈은 늘 현장과 함께하면서 언제가 복귀할 날을 그렸다고. 그중 이 감독도 김 감독에게 좋은 예시가 됐던 후배였다.
김 감독은 "내가 현장을 떠나 있으면서 후배 감독들이 또 잘하는 점을 체크하면서 '아 나도 저런 점은 또 더 배워야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이번에 이제 다시 나도 돌아왔으니까. 우리 한화가 좋은 팀들한테 밀리지 않고 같이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베이징 금메달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김 감독은 "진짜 그때는 사실 승리하고도 울지 않았나. 나도 처음 우승을 했을 때였다. 준우승에 한이 많았었는데, 또 이승엽 감독 덕분에 거기(베이징올림픽)에서 진짜 승리의 눈물도 한번 흘렸었다. 굉장히 기뻤다"고 되돌아봤다.
이 감독은 김 감독의 깍듯한 대우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이 감독은 "그냥 감독님께 항상 감사하다"면서도 "이제 상대팀이니까 냉정하게 팀을 위해서 집중해야 해서 빠르게 인사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 지략 대결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이 감독은 "상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감독님은 언제든 복귀할 수 있고, 하마평에 오르셨기에 상대 팀으로 뵐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현실이 됐다"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에게 이 감독만큼이나 두산과 잠실도 특별하다. 김 감독이 마지막으로 두산 상대로 경기를 치른 건 NC 시절인 2018년 4월 29일 창원 경기 이후 2235일 만이고, 잠실 두산전은 2018년 4월 8일 이후 2256일 만이다.
김 감독은 "두산은 잊지 못한다. 두산에 있으면서 내가 베이징에서 감독이 됐으니까. 팬들도 너무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두산을 너무 편들면 안 된다. 이제 한화 감독이다. 두산에서 감사한 것은 잊지 않고 있으면서 이제는 한화 팬들한테 승리를 드리고 싶다. 홈에서 이기는 경기를 한번도 못 보여 드리고 왔다. 야구는 시리즈 첫 경기가 중요하다. 상대도 선발이 좋지만, 우리도 선발이 나름대로 괜찮으니까. 찬스가 오면 경기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김 감독이 부임하고 첫 시리즈였던 지난 4~6일 수원 kt전에서 3연승을 달리다 대전 첫 홈 시리즈였던 7~9일 NC전에서 2패1무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통산 900승까지 1승을 남겨둔 상황에서 딱 1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잠실에서는 900승 달성과 함께 한화의 상승세를 다시 이끌겠다는 각오다.
한화는 황영묵(2루수)-장진혁(좌익수)-안치홍(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우익수)-김태연(1루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이원석(중견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하이메 바리아다.
펠릭스 페냐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바리아는 지난 5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64개로 한계 투구수로 정했던 60구를 살짝 넘겼다.
두 번째 등판인 이날도 투구 수 제한은 있다. 김 감독은 "오늘 80개에서 90개 정도 생각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바리아가 사인을 주기로 했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본인이 '이쯤에서 됐다'는 사인을 주면 그때 바꿔 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두산은 헨리 라모스(우익수)-이유찬(2루수)-허경민(3루수)-양의지(포수)-양석환(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강승호(1루수)-전민재(유격수)-조수행(중견수)이 선발 출전한다. 선발투수는 5월 월간 MVP를 차지한 곽빈이다.
이 감독은 중견수 정수빈이 빠진 것과 관련해 "사실 (정)수빈이가 급하게 발목이 조금 안 좋아서 선발로 나갈 상태가 아니었다. 오늘 (박)준영이를 등록하려다가, 외야수 한 자리가 지금 수빈이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전다민을 올렸다"며 정수빈의 부상 회복 여부에 따라 박준영의 1군 등록 시기를 보겠다고 했다. 지난달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던 박준영은 부상을 회복하고 11일부터 잠실에서 1군과 동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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