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행복을 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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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이던 아들을 차에 태우고 시골의 노모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어린 아들은 들뜬 마음에 무척 신이 나 있었다.
순간 나는 설마 하는 마음과 제발 비가 그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정말 마음으로만 이해해야 하는 것일 뿐, 바라는 행복의 기준은 오롯이 나에게 맞춰져 있는 과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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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이던 아들을 차에 태우고 시골의 노모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어린 아들은 들뜬 마음에 무척 신이 나 있었다. 나 역시 어서 빨리 할머니와 손자의 행복한 만남을 이루기 위해 기분 좋게 운전석에 올랐다. 우리는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나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또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참 동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러다 절반쯤 왔을까. '톡톡' 앞 유리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설마 하는 마음과 제발 비가 그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빗방울은 '투두둑투두둑' 많아지면서 더욱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는 아들이 신경 쓰여 말을 걸었다. "아들, 어쩌지? 비가 오네….", "응? 비가 왜?" 걱정스러운 나의 말투에 의아해하며 아들이 대답했고, 의아한 아들의 대답에 나는 더 의아해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싫지 않아? 비가 오면 옷이 젖으니까 할머니랑 학교 운동장에도, 시골길 산책도 못 가잖아. 하필이면 왜 오늘 비가 오는 걸까." 그러자 아들은 "난 비 오는 거 좋은데? 장화 신고 우산 쓰면 되잖아. 그리고 비가 와야 풀도 나무도 물을 먹고 쑥쑥 자라지, 비가 왜 싫어~?" 아들의 우문현답에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는 머쓱해하며 말했다. "맞다. 그러네. 아빠가 한 수 배웠네. 하하."
나는 대부분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희로애락이 갈마드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살아가면서 그럴 수만은 없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정말 마음으로만 이해해야 하는 것일 뿐, 바라는 행복의 기준은 오롯이 나에게 맞춰져 있는 과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만 놀아야 하는 아이가 어느 날 시골 마을의 먼지가 일어나는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고 큰일이라고 단정 짓는 것처럼, 비가 오는 날은 어린 아들이 슬퍼할 거라는 다 큰 어른의 속단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대상을 먼저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부터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것이면서 스스로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상으로 만나게 해주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대상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는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면 그것은 일방적으로 과한 사랑이 아닌, 서로에게 진한 사랑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내 안에 긍정의 씨앗을 심으면 행복한 마음이 자라고, 부정의 씨앗을 심으면 불안한 마음이 자란다. 이어서 행복한 마음은 내 주변의 행복들을 발견하게 하고, 불안한 마음은 거의 모든 걸 불편한 장면들로 마주하게 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긍정의 씨앗을 피운 행복한 마음으로 내 주변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그런데도 어떨 땐 내 앞의 행복을 보는 건 참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내 안에 심긴 긍정의 씨앗을 키워나간다면, 행복을 보는 게 꼭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냥 행복을 바라는 것보다 차분하게 행복을 보는 보물 같은 마음이 더 절실한 요즘이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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