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김치 빠지면 허전해요"… 올해 수출 33% 급증

면역력에 좋은 식품 인식에
K컬처·K푸드 열풍 맞물려
한국식 매운맛 선호도 가세
종가 김치, 월마트 80% 입점
CJ도 현지 유통사 입점 추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가 김치 제품을 고르고 있다. 대상

K푸드 인기를 타고 미국으로 수출된 김치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들어 대미 김치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K김치의 미국 수출은 1만3000t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K김치의 미국 수출은 지난해 기준 1만t을 돌파하며 12년 전보다 약 10배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4월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5월 말 종가 김치를 만드는 대상을 비롯해 CJ제일제당·풀무원 등과 간담회를 여는 등 김치 수출에 신경 쓰고 있는데, 미국에서 특히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치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비결로는 △면역력 강화 건강식품 △K콘텐츠 열풍 △한국식 매운맛 선호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치는 면역력에 좋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 덕분에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호흡기·알레르기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명예교수 연구팀이 김치의 면역력 강화 효과에 주목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K콘텐츠 인기와 맞물리면서 다시 미국 수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영화·드라마 등에서 주인공이나 K팝 대표 스타 방탄소년단(BTS) 등이 먹는 음식에 김치가 자주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김치 수출업체 중 종가 김치로 유명한 대상은 글로벌 팬덤이 큰 세븐틴 멤버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기용해 해외에 김치를 알리고 있다.

또 미국에서 한국식 매운맛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김치도 이 흐름에 올라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다양한 김치 만들기나 등 매운맛 챌린지 등이 유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식을 잘 먹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래퍼 카디 비가 SNS에 김치를 비롯해 불닭볶음면·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먹고 영상이나 사진을 올린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오리지널 김치를 먹기 좋게 자른 맛김치 형태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미국인은 매운맛을 잘 못 먹을 것이라는 기존 인식과 다른 양상이다.

사실 국내산 김치를 가장 많이 수출하던 곳은 일본이었다. 그런데 일본향 수출이 최근 주춤한 가운데 미국향 김치 수출이 늘어나는 것이 업체 입장에서는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수출 물량으로 보면 여전히 일본향이 미국보다 많지만 올해 1~4월 수치만 봐도 일본은 작년보다 꺾인 상황이다. 이에 김치 수출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 많이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대상은 지난해부터 종가 김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1년 40%였던 일본 비중은 지난해 30%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미국은 27%에서 32%로 상승했다. 대상은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며 일본에서 K김치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상은 미국 시장에 보다 힘을 주고 있다. 월마트·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종가 김치 입점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내 월마트 매장은 4700개 정도가 있는데 그중 약 80%에 달하는 곳에 종가 김치가 들어가 있다. 코스트코 매장은 미국에 600여 곳이 있으며 모든 매장에서 종가 김치를 팔고 있다.

미국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공장도 강화하고 있다. 대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대지면적이 1만㎡(약 3000평)에 이르는 김치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2000t의 김치 생산이 가능하다.

작년 7월에는 LA공장에 이어 미국 현지 식품업체를 인수하며 추가 생산기지도 확보했다. 대상은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도 비비고 브랜드에서 만든 김치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비비고 김치는 K푸드 열풍과 맞물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매출 성장률 44%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미국 한인마트를 넘어 현지 유통업체를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미국 현지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LA 김치 제조업체 코스모스 푸드를 인수하며 자체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한국인 밥상에 오르는 중국산 김치는 늘어가는 추세를 보여 아쉬움을 자아낸다. 식당 등에서 제공하는 김치는 저렴한 중국산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은데 고물가 영향으로 이 같은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은 2021년 약 24만t에서 2022년 26만t, 2023년 29만t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여기에 올해 1~4월 기준으로도 10만t을 돌파해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