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대출 영향···서울 9억 이하 아파트 '귀한 몸'

은평구 매물 비중 54%로 뚝
동대문·서대문구 등도 감소
일각 "수혜 가액 기준 올려야"

[서울경제]

올해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 대출로 주택 매수 수요가 늘면서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대출은 출산 2년 이내 가구가 9억 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로, 이를 통한 매수세 유입으로 가격이 뛰어 9억 원 기준을 넘어선 단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의 9억 원 이하 아파트 가구 비중은 올 초 56.7%(1만 6321가구) 수준에서 6월 현재 54.1%(1만 5604가구)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동대문구는 54.7%(2만 1501가구)에서 53%(2만 1347가구)로 1.7%포인트 감소했다. 중구 역시 16%(2025가구)에서 13.9%(1547가구)로 2%포인트 넘게 축소됐다. 이 밖에 강서구는 49.9%에서 48.9%로, 서대문구는 43%에서 42.2%로 줄었다.

올 1월 말부터 최저 1%대 금리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신생아 특례 대출이 시행되며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자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되레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줄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 대출이 시행된 올 1월 29일부터 4월 말 까지 석 달간 1만 4648건, 3조 9887억 원(구입 자금 기준) 규모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개별 단지로 보면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59㎡형은 올 1월 말 8억 7500만 원에 거래된 후 4월에는 10억 원에 손바뀜됐다.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래미안2차’ 전용 81㎡형의 연초 시세는 8억 50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난달에는 9억 1500만~9억 8500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전용 84㎡형도 올 1월 8억 9000만 원에 손바뀜됐다가 최근 9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0억 원이 넘는다.

서울에서 9억 원 이하 주택은 노원구와 강북구·성북구 등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 중 선호도가 높은 서대문구·동대문구·은평구 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조금씩 소진되면서 신생아 특례 대출 가능 단지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으로 서울에서 9억 원 이하 매물의 아파트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올 3분기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 신청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1억 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대폭 완화하기로 한 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매수세가 더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신생아 특례 대출에 대한 신청 기준 완화 등으로 매수 수요가 더 유입되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현재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며 “이에 9억 원 이하 매물이 지금보다 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사비 증가에 따른 신축 단지 분양가 상승으로 인근 단지 시세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어 (9억 원 이하) 중저가 매물이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 전망에 따라 신생아 특례 대출의 수혜 주택가액 기준을 9억 원에서 더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