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뜬 MOON··· ‘적장’으로 만난 이승엽, 김경문이 먼저 허리 숙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66)과 이승엽 두산 감독(48)의 첫 대면. 11일 잠실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과 이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만났다. 스무 살 가까이 나이가 더 많은 김 감독이 먼저 허리를 숙였다. 이 감독도 황급하게 따라 허리를 숙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두 주역의 만남이었다.
김 감독은 “원정팀 감독이 먼저 가서 인사하는 것 아니냐”며 “이 감독을 이렇게 뵈니 옛 생각도 더 나고 정말 반갑더라”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 감독은 부진했던 이 감독을 끝까지 믿고 기용했고, 이 감독은 준결승전과 결승전 결승 홈런으로 부응했다.
김 감독은 “저도 준우승에 한이 많은 감독인데, 이 감독 덕분에 거기(베이징)서 승리의 눈물도 흘려봤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두산 감독 부임 이후 늘 김 감독과의 현장 맞대결을 상상했다고 하지만, 김 감독은 “이렇게 이 감독하고 현장에서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모두에게 익히 평이 좋았지 않으냐”며 “지금 감독 2년 차인데 팀을 굉장히 잘 이끌고 있더라. 내가 현장 떠난 사이 후배 감독들이 잘하는 부분은 또 내가 더 배워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나도 돌아왔으니, 우리 한화가 다른 좋은 팀들한테 밀리지 않고, 같이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과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두산은 김 감독에게 특별한 팀이다. 1982년 프로 원년, 두산의 전신인 OB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1989년까지 뛰었고, 현역 은퇴 시즌인 1991년 역시 OB에서 뛰었다. 은퇴 후 1998년부터 OB 코치로 합류했고,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만 7년을 두산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 기간 두산은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3차례 차지했다.
두산 공수 핵심인 양의지도 신인 시절 김 감독을 만났다. 명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19세 신인이던 양의지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이날도 김 감독은 양의지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들어왔을 때부터 봤던 친구다. 그때가 19세였는데,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입장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포수가 저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한다는 건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것”이라며 “한화에 류현진이 있고, 젊은 투수들이 류현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이지만 (양의지 같은) 잘하는 선수의 좋은 점을 빼앗아 내려고 하고, 따라하기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두산과 인연에 대해 “잊을 수 없는 팀이다. 두산 감독으로 있으면서 베이징 감독이 됐고, 팬들께도 너무 고맙다”면서도 “지금은 한화 감독이니 너무 두산 편을 들면 안된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두산에 감사한 건 잊지 않겠지만, 이제는 한화 팬들께 승리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7~9일 부임 첫 홈 3연전에서 1무 2패에 그친 게 못내 아쉽다. 김 감독은 “야구는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저쪽도 선발이 좋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괜찮으니 찬스가 오면 잡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날 두산 3연전 첫 경기 선발로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를 낸다. 상대 선발은 5월 월간 MVP를 차지한 곽빈이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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