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한 기술이 韓 먹여 살린다”…공학한림원 첨단기술 혁신과제 45개 제시
김기남 원장 “기술 선점할 기회 놓치지 말아야”
한국이 2040년까지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갖춰야 전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연구자들이 모여 한국 산업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2024년 IS4T(Industrial Strategy for Tomorrow, 산업미래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위기의 K-Industry, 미래주도 혁신과제로 대체 불가의 나라 꿈꾼다’를 주제로 열렸다.
김기남 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내외 정세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세계 각국은 첨단 산업 우위를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과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첨단 기술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대체 불가한 기술만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추격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학한림원은 2022년 산업미래전략위원회를 발족해 미래주도 혁신성장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지난 3~6월 미래 핵심산업으로 인공슈퍼지능(ASI)과 에너지·환경, 바이오메디컬, 미래 모빌리티, 생활 기반 시설,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등 7개 분야를 제시했다. 산업계·학계·연구계 인사들은 이날 7개 핵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혁신과제 45개도 제안했다.
배경훈 LG AI(인공지능)연구원장은 AI 분야의 혁신과제를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자기 혁신 ASI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과 소통하는 AI 기술, AI 기반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개발 모두 4개다. 배 원장은 AI 분야 혁신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AI 실증도시를 구축해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고,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배 원장은 “한국은 AI 관련 투자와 연구들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인력 측면에서는 한국은 ‘AI 순유출 국가’로 분류된다”며 “엔비디아와 TSMC가 결합해 세계 AI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실증도시와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차전지 분야에선 장혁 삼성SDI 상근고문 부사장이 나서 혁신과제를 제안했다. 장 부사장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모두 합쳐도 중국 배터리 기업 CALT 한 곳보다 8000명 적다는 사례를 들며 이차전지 산업의 위기를 설명했다. 이차전지 관련 특허 심사 기간이 중국보다 긴 점도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혔다.
장 부사장은 이차전지 혁신과제로 소재 개발과 인재 양성, 물적·인적자원 집적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배터리팩 수준에서 50달러(6만9000원)로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부사장은 “현재 한국 배터리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며 “산업체가 주도해 혁신과제를 수행하되,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의 지원도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 분야에서는 가치(Value)와 제조업(Manufacture)을 합친 ‘밸류팩처’라는 개념이 나왔다. 발표를 맡은 장웅성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장은 “산업데이터와 AI, 로봇을 기반으로 한 자율제조 기술로 가치를 올려야 한다”며 “그동안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의 제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학한림원은 이번 포럼에서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최종 보고서 ‘대한민국 2040, 대체불가의 나라’를 발간할 계획이다. 한림원은 “최종 보고서는 국가 산업 정책과 기업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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