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가는 차도선 내년부터 우리 바다 누빈다
승객120명·차량 20대 적재
600톤급 … 26차례 시험 운항
운항 거리는 최대 30㎞
목포~제주行 선박 개발 추진
지난달 말 찾은 전남 목포 삽진산업단지 인근 한 부둣가. 600t급 배 한 척이 부둣가로 진입했다. 요란한 엔진 소리 없이 파도를 가르면서 들어왔다. 이 배의 정체는 '바다 위 전기차'라 불리는 전기추진 차도선, 즉 승객은 물론 자동차를 옮길 수 있는 선박이다. 2020년부터 약 260억원을 들여 개발된 이 차도선은 올해 실증을 마치고 내년 운항에 들어간다.
김영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연료추진센터장은 "전기추진 차도선은 개발이 완료돼 현재 실증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본격 운영이 시작되면 선박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기추진 차도선은 무게 420t, 길이 60m, 폭 13m의 선박이다. 승객 120명과 차량 20대를 실을 수 있다. 적재 가능 무게까지 합치면 600t이 넘는다. 가장 큰 특징은 전기로 동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25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고정식 배터리 두 개와 트럭에 실은 800kwh 용량의 이동식 배터리 두 개를 장착하고 있다. SK온이 공급한 이 배터리들로 최대 12노트(시속 22.22㎞)의 속력을 낸다. 이동식 배터리는 교체가 가능해 배가 충전을 위해 정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전기추진 차도선은 지난해 5월 실증 운항을 시작했다. 이날 26차 운항을 마친 차도선은 조용히 부둣가에 정박했다. 차도선에 올라타도 시끄러운 소리나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갑판 아래 엔진실로 들어갔다. 엔진실 역시 조용했다. 김 센터장은 "본래 엔진실에서는 소음이 커 대화가 불가하다"며 "이렇게 엔진이 조용하니 진동이 작아 승객에게 유발하는 멀미 또한 적다"고 말했다. 전기추진 차도선의 소음은 일반 차도선 대비 평균 10데시벨(㏈)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전기추진 선박은 세계 선박 개발의 트렌드다. 선박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보고서에 따르면 선박 운항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3%를 차지한다. 전기추진 선박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가 없다.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추진 선박의 상업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추진 선박 개발을 추진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주관하에 15개 산학연 기관이 개발에 참여했다. 김 센터장은 "개발한 전기추진 차도선의 국산화율은 약 90%"라며 "전기추진 선박의 핵심 기술이 되는 모터나 프로펠러 기술 등을 모두 국산화했다"고 말했다. 전기추진 차도선은 최대 30㎞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목포항에서 압해도와 장좌도, 달리도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연구팀은 우선 목포항 근처 섬부터 취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기추진 차도선의 도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추진 차도선이 친환경은 물론 경제성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추전 차도선은 30㎞ 운항에 전기료 약 16만원이 소요된다. 반면 기존의 디젤 엔진 차도선은 연료비로 약 200만원이 소요된다.
연구팀은 전국의 모든 기존 차도선을 전기추진 선박으로 대체하는 게 목표다. 연구팀은 "실제 운항에 나서면 전기추진 차도선의 운항 효율 등을 더 높일 수 있는 기반 데이터를 얻게 될 것"이라며 "배터리 개발 속도 또한 빨라 3~4년 후에는 목포에서 제주까지 가는 전기추진 차도선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운열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원장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은 필수"라며 "전기추진 차도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차도선
여객선의 한 종류로, 여객과 동시에 개방된 적재 구역에 차량 등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선박을 말한다. 카페리선과 비교할 때 차도선은 화물 적재 구역이 개방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경제·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공동기획
[목포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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