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NOW] 눈물의 과학

2024. 6.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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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 전 필자는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많은 미팅을 하던 중에 미국인 한 분이 내게 '눈물의 여왕'이라는 K드라마를 봤냐고 물었다.

또한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등 자극이 가해지면 눈물이 자동으로 분비돼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반사눈물도 있다.

가장 안쪽의 각막을 덮고 있는 점액층은 주로 다당류 사슬이 많은 뮤신으로 구성돼 있는데 눈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층을 각막의 소수성 표면에 배치시켜서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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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슬픔 감정과 밀접한 눈물
기본기능은 눈 보호 생리물질
나이들며 눈물 많아지는 건
표면 자극에 예민해진 탓
인공눈물 대신 치료관리를

약 3주 전 필자는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많은 미팅을 하던 중에 미국인 한 분이 내게 '눈물의 여왕'이라는 K드라마를 봤냐고 물었다. 필자는 드라마를 안 보는 터라 잘 모른다고 했더니, 자기는 이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다른 나라 배우들과는 다르게 한국 배우들의 눈물은 진짜와 똑같고 자신도 함께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정이 이입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눈물은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슬프거나 기쁠 때 나오는 것으로 쉽게 알고 있지만, 인간의 눈 기능에 필수적인 생리물질이다. 눈물은 눈을 윤활하게 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평상시를 넘어서는 슬픔과 기쁨 등의 감정 변화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등 자극이 가해지면 눈물이 자동으로 분비돼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반사눈물도 있다. 눈물에는 항균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눈을 보호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역할도 하며,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통해 눈세포들이 제 기능을 유지하게 해준다.

눈물 시스템을 살펴보면 눈물을 만드는 눈물샘, 눈 표면에 눈물을 전달·분배하는 눈물관, 그리고 눈물의 배출을 담당하는 눈물낭과 누관이 있다. 눈물의 생성·전달·배출 모두가 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눈물을 흘리다 어릴 적 입으로 맛본 눈물은 그 투명하고 짭짤한 맛 때문에 단순한 소금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매우 복잡한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물이 주성분이지만 단백질과 미네랄, 그리고 염소유기화합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 눈물은 크게 점액층, 수분층, 지질층 세 가지 층으로 나뉠 수 있다.

가장 안쪽의 각막을 덮고 있는 점액층은 주로 다당류 사슬이 많은 뮤신으로 구성돼 있는데 눈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층을 각막의 소수성 표면에 배치시켜서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수분층은 단백질, 전해질, 그리고 항균 및 항염증제 역할을 하는 라이소자임과 락토페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성분들로 인해 눈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염증을 예방하여 눈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바깥쪽 층에 해당하는 지질층은 얇지만 수분층이 너무 빨리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지질층이 없거나 비정상 시에는 눈물의 증발이 빠르게 진행돼 눈이 건조해질 뿐 아니라 건성안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의 양 감소, 구성 성분의 변화, 그리고 지질층의 두께 감소 등 다양한 눈물 관련 이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들은 다른 신체 노화나 환경적 요인들과 합쳐지며 건성안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이는 눈의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리는 주위에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원인 모르게 눈물이 잘 난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는 노인이 되면서 지질층에 해당하는 기름막이 잘 생성되지 않아 눈 표면이 자극에 민감해져서 찬바람에만 노출되어도 눈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눈물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눈물 배출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눈물이 많아지는 '눈물흘림증'이 올 수도 있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휴대폰, 컴퓨터, TV 등에 너무 오랜 시간 몰입하면서 눈을 혹사하고 있는 현대인들도 이러한 이상증상이 늘고 있다. 눈이 뻑뻑하다면서 단순히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 신체 가치가 100이라면 90의 가치를 가졌다고 하는 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눈물 이상 시 안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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