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K증시의 금쪽이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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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교에 '금쪽같은 내 새끼'를 감싸는 부모들이 있다면, 한국 증시에는 '금쪽같은 내 종목'을 감싸는 주주들이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금쪽이 종목들은 고평가됐다고 지적하면 주주들은 우리 금쪽이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왜 보지 않느냐고 항의한다.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도 금쪽이 주주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의 센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금쪽이 주주들의 추앙을 받던 핀플루언서는 감독당국이 연 공매도 제도 개선 공론화장에 계속 초대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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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교에 '금쪽같은 내 새끼'를 감싸는 부모들이 있다면, 한국 증시에는 '금쪽같은 내 종목'을 감싸는 주주들이 있다. 교사들이 금쪽이에게 훈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부모들은 좋은 아이라며 아이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금쪽이 종목들은 고평가됐다고 지적하면 주주들은 우리 금쪽이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왜 보지 않느냐고 항의한다. 올해 실적이 안 나와도 2025년 이후는 다를 것이라고 항변한다. 부정적인 견해를 낸 애널리스트들에게 전화 항의는 물론이고 직접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학교 관리자인 교장들이 교권 보호보다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더 신경 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처럼 금융당국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민원에 약하다. 매도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가 금융감독원 조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도 금쪽이 주주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의 센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금쪽이 주주들의 추앙을 받던 핀플루언서는 감독당국이 연 공매도 제도 개선 공론화장에 계속 초대받기도 했다.
그러나 감싸기만 한다고 금쪽이가 모범생이 될 수 없듯이, 금쪽이 종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막는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한창 2차전지 관련주 붐이 불 때는 물론이고 공매도 금지 직후와 비교해서도 2차전지 관련주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는 아예 자취를 감췄고 공매도도 묶어놨지만 주가는 실적을 반영해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기관투자자들이나 PB센터에서 관리하는 거액 자산가들은 애널리스트가 리포트를 안 내도 아쉬울 게 없다. 직접 연락하거나 세미나를 열어 질문을 하면 된다. 그러나 개미 투자자들이라면 애널리스트의 공개 리포트 말고는 기업의 향후 실적 전망에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제한적이다. 기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것을 막으려는 금쪽이 주주들은 기관과 개인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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