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與 `보이콧` 검토… 대통령실 "거부권 명분 견고해져"

국힘 매일 의총열고 의견 수집
"민주당 일방적 진행 동의 못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에도 '뾰족수'가 없는 국민의힘이 대야(對野) 성토에 나서며 국회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거야의 힘자랑에 거부권 행사 명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비공개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의총을 매일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어 말하긴 어렵다"며 "최종적인 건 아직 의총을 더 해서 (결론)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22대 임기 시작부터 우원식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한 데 이어 지난 10일 18개 상임위원장직 중 11개를 여야 합의 없이 선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대통령실이 피감기관인 운영위원장을 여당 몫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을 2당 몫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운영·법사위를 독식했다.

의원들이 상황·인식을 공유했다는 추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이 의회독재로 의회를 장악해 자기들이 아픈 곳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언론·방송장악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시도에 결연하게 강하게 맞서자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또 "지금도 많은 의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정말 기다리고 계시고 공감할 수 있는 '민생'을 우리가 제대로 챙기기 위해, 정말 유능하게 일을 제대로 하는 의원들과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는 걸 위해서 총력을 다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직 수용 여부엔 "추후 의총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사일정 진행에 대해 "일방적 폭거로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하거나 협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달 중 대정부질문·교섭단체연설 진행 요구에도 "(국회를) 민주당 의총장으로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사전 국회 의사일정, 특히 본회의 일정은 원내대표·수석부대표 간 긴밀한 협의 하에 정해지는 건데, 지금 의총에서 일방통보하듯 하는 오만함을 드러내고 있다. 일체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상임위 일괄 보이콧 여부에 대해서도 "민주당 일방 진행·통보하는 일정엔 전혀 합의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까지 21대 국회 임기 중 민주당 등 야권이 단독의결한 총 14개 법안에 7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정신과 국회 관례를 무시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오히려 헌법수호자로서 책무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입장이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