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HMM 재매각 당분간 없다…KDB생명 구조조정 필요”

김보연 기자 2024. 6. 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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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재추진…“포기할 문제 아냐”
“첨단전략산업에 2027년까지 100조 투입”
“법정자본금 한도 2배 증액해야…배당 유보도 검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 재매각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강 회장은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공동으로 시도한 HMM 매각이 결렬된 후, 양자 간 논의하거나 협의한 바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왜 매각이 결렬됐는지, 매각을 재추진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MM은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이 전신으로, 지난 2016년 해운업 위기 때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지난 2월 7개월 간 이어진 매각 협상이 결렬되며 매각 절차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강 회장은 “산은 입장에서는 HMM을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보유 중인 HMM 주식과 영구채가 은행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HMM 재매각이 추진된다면 산은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전 부처간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회장은 6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과 관련해선 “KDB생명은 저한테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원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했다. 그는 “킥스(K-ICS·신지급여력비율) 전환 과정에서 KDB생명에 투입해야 할 자본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진 부분이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엔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내년 2월에 만기가 되는 만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고 (자회사 편입 등)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산은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은 “HMM은 정상기업 매각이지만, KDB생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부산시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와 관련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에 저비용항공사(LCC) 세 곳을 합병한다는 것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며 “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전제 하에 합병이 승인된 것”이라며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합병 조건을 바꾸면 프로세스 다시 시작해야 된다”며 “의사결정 주체인 대한항공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산업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3월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강 회장은 산은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선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선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산은법 제 4조에는 산은 본점은 서울특별시라고 돼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개정안에는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법률을 개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는 “본점 부산 이전 문제는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산은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고 했다. 산은은 부산 이전의 실질적인 효과가 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직 개편을 통해 부산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는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2배 증액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자본금은 26조원으로, 한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강 회장은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0조원의 자본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강 회장은 자본금 확보를 위해 정부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산은이 정부에 매년 평균 4000억∼5000억원을 배당하는데 3년 정도라도 배당을 하지 않게 되면, 은행 자본금이 1조5000억원 증액되고 15조원 정도 대출여력이 생긴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 및 국회와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산은은 실탄을 확보한 후 첨단 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전 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산은에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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