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 "민속·자연사 합친 전국 유일 박물관"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4. 6. 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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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제주=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박찬식 관장]
"제주 최초 국립박물관으로 1984년 개관, 민속자연사박물관 유일"
"초창기 부지 매입, 예산 확보 어려움 많아 6년 걸려 완공"
"지붕에 송이 얹는 모양, 문예회관과 기당미술관 지붕에 영향 줘"
"자료 4만2천점 보관…초창기 박물관 전 직원 자료 채집하기도"
"탐라 유적인 삼성혈과 연계한 역사관 설립 계획"
"개관 40주년 회고전 '기록과 기억을 잇다' 열려"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박찬식 관장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박찬식 관장

◇박혜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개관 40주년을 맞았습니다. 1984년 5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에서는 여섯 번째로 문을 연 국립박물관인데요. 그동안 제주 도민의 생활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오기도 했죠. 오늘 수요인터뷰는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박찬식 관장을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박찬식> 안녕하십니까?  

◇박혜진> 최근 개관 40주년 기념 회고전이죠. '기록과 기억을 잇다'가 열리고 있는데 어떤 전시인가요?  

◆박찬식> 박물관 40년의 역사를 담은 기록은 아무래도 문자 기록이기 때문에 신문기사, 보고서, 책자 이런 것도 있고 많은 도면들, 사진, 영상자료 이런 것들이 포함될 수 있겠죠.

제주도 기록관과 방송정책연구원의 자료들을 많이 모았습니다. 확인하지 못하는 것들은 역대 관장과 박물관을 디자인했던 금성건축 관계자를 만나 기억을 통해 불러냈습니다. 그래서 '기록과 기억을 잇다' 주제로 특별전을 갖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제주에서 가장 처음 세워진 박물관인데 처음에 제주에 어떻게 세워졌는지 소개해 주시죠.  

◆박찬식> 박물관 개관은 1984년이지만 20년 전 박정희 대통령 때 정부 주도의 제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해 가는데요. 당시 제주시에서는 삼성혈과 신산공원 벨트입니다.

신산공원 내 삼성혈과 연관되는 제주의 민속 문화, 자연경관을 담은 박물관과 식물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1976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건립 기본 계획이 대통령 재가를 받았습니다. 거의 6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서 박물관 건립을 했던 것이죠.  

◇박혜진> 당시 박물관을 짓는 데 어려움이 많으셨다구요?

◆박찬식> 국가 주도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방비가 들어가야 되는데 제주도 지방재정 여건이 상당히 열악했거든요. 그래서 국비 예산과 도비 예산 합쳐서 예산이 계속 갈수록 늘었습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 부지 매입과 더불어 6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서 준공됐습니다.  

◇박혜진> 박물관의 지붕에 송이를 얹어서 만든 모양인데 제주에 여러 건물의 지붕에서도 볼 수 있죠. 이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이 민속자연사박물관이라구요?

◆박찬식> 제주도 여러 곳에 보이는 송이 지붕은 저희 박물관이 원조입니다. 제주도문예회관, 기당미술관 다 비슷한 디자인인데 저희 박물관을 디자인한 제주 출신 김홍식 교수님의 구상입니다. 송이 지붕이 완만하게 돼 있는데 이게 한라산, 오름, 초가지붕을 형상화 시켜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박물관 벽면이 전부 현무암으로 되어 있는데 현무함을 벽면에 활용한 것도 저희 박물관이 시초입니다. 제주도 색깔을 잘 보여주고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제주도에 오면 저희 박물관에 와서 공부합니다.  

◇박혜진> 박물관이 지어지고 처음엔 전시할 물품이 하나도 없었다고요.  

◆박찬식> 지금은 박물관 수장 자료가 4만 2천 점 가까이 되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박물관을 만들려면 소장 자료와 전시 자료 확보가 문제인데 개관 전부터 도청 문화재과에서 민속자료를 중심으로 모았습니다.

그랬다가 1980년대 초부터는 자연사 자료를 급하게 모으는데 당시로서는 연구자들도 부족하다보니 박물관 초창기 별정직 전문 공무원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직접 채집을 했습니다. 덕분에 개관 바로 전에 1만 2천 점 정도는 수집을 해서 개관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박혜진> 박물관에 전시된 고래뼈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면서요.

◆박찬식> 2004년 태풍 송다가 제주도에 왔을 때 하귀리 가문동 해안에 고래가 떠밀려왔어요. 주민이 저희 박물관에 기증을 했는데 문제는 그 가운데 뼈 몇 개를 찾지 못했어요. 보니까 동네에 다른 주민이 뼈 몇 개를 갖고 가서 부엌에서 가마솥에 삶을 때 쓰는 부지깽이나 앉을 때 쓰는 방석 같은 용으로 쓰고 있는 걸 발견해 다시 가져와 표본으로 제작해 전시하게 됐습니다.

◇박혜진> 현재 민속과 자연사가 있는 박물관은 제주가 유일하죠?

◆박찬식> 네. 민속과 자연사가 합쳐진 곳은 우리가 유일합니다. 광주에 역사민속박물관이라는 시립박물관이 있지만 민속과 자연사 합쳐진 곳은 제주가 유일합니다. 민속과 제주의 경관 생태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제주를 짧은 시간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박혜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지난 40년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세요?  

◆박찬식> 지금 오영훈 도정이 신산공원 일대를 역사문화 색깔을 입히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주민들과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중심에 삼성혈과 저희 박물관이 있거든요. 삼성혈은 탐라 유적으로 유일하거든요.

탐라 발상 유적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삼성혈과 연관된 박물관으로 저희 박물관에 제주 사람들이 개척해 왔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담는 역사관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오영훈 도정의 공약 사항인데 제가 그 미션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40년 되다 보니까 도민들이 이제 다 가본 곳이다 해서 식상해 합니다. 도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게 아닌가 참 속상해요. 현재 관람객 중 제주도민은 15%도 채 안 돼요. 내외국인들을 위한 박물관으로만 가서는 안 되겠다, 제주도민들이 찾고 도민들이 사랑하고 도민과 함께 가는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내용을 좀 입혀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혈이 바로 옆에 있는데 삼성혈과 관련된 역사를 안 넣는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국립제주박물관과는 다른 특색 있는 역사관을 소박하게나마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이 있을까요?  

◆박찬식> 신산공원과 박물관 사이 경계가 돌담으로 되어 있는데 그 돌담을 정비해서 좀 낮추고 경계를 없애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가을에는 박물관 축전을 엽니다. 도민들과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아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담은 박물관 축전을 열 예정입니다. 저희 박물관은 생태 경관이 좋습니다. 쉬다 가는 공간으로 도민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는데요. 도민들이 사랑하고 제주도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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