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100조 규모 리바운드 프로그램 기획…부산 이전 국회 설득”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 30조→60조 증액 시급
정부 출자에만 기대는 건 한계
산은법 개정 필요성 거듭 촉구
“100조 규모 정책자금 투입되면
전산업 연간 80조 생산유발효과
34조 부가가치유발·14만명 고용효과”
“반도체 산업에 국고채 금리 수준 저리 대출”
“HMM 재매각 계획 없어”
KDB생명 매각 실패…“가치제고 방안 후 최종결정”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산업법 개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면 전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청사진을 제시하며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 등을 위한 산은법 개정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어 강 회장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는 2023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 14만명의 고용효과는 2023년 총고용의 0.7%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 기획과 별도로 강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 신설도 준비 중이라고 밝렸다.

강 회장은 “최근 정부는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 산은 출자를 통한 17조원의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산은은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원대한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산은은 자급공급여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가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있다”며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 출자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산은 자체적으로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본 사이즈를 빌드업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솔루션”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 필요성을 간담회 내내 강조했다.

그는 “산은은 시중은행과 달리 한전과 같은 현물출자 공기업 주식과 HMM과 같은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이 자본과 자산 사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이런 자본구조 때문에 수익성 지표가 고질적으로 낮고 시황에 따라 재무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산은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정부, 국회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배당 유보와 관련해선 독일의 정책금융기관인 KfW가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익을 전부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는 것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산은이 KfW처럼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된다면 이는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매년 3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양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산은법이 개성돼야 하기 때문에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설치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HMM 재매각 계획에 대해선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HMM 본사 부산 이전도 고려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KDB생명 매각 실패는 “아픈 손가락”이라며 “원매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매각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강 회장은 “(KDB생명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의 만기가 내년 2월에 도래하기 때문에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KDB생명의 가치제고 방안을 먼저 생각하고 이후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