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vs 렌호, 두 여걸 스타정치인 도쿄도지사 한판 승부[딥포커스]
고이케, 도민 지지 탄탄하지만 최근 리더십에 금 가…렌호에 역습 허용할까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도쿄도(都) 지사 선거 후보자 공표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진표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현직 도지사와 무소속 참의원 간의 여걸 정치인 빅매치가 예상된다.
고이케 유리코 현 도지사는 이르면 12일, 3선 출마 의사를 표명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후보 고지일은 오는 20일, 투표 및 개표일은 내달 7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고이케 도지사는 당일 오후에 예정된 도의회 본회의에서 출마 여부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대결 상대인 렌호 의원은 앞서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
◇진두지휘형 리더 vs. 촌철살인 정치인
고이케 도지사를 3번째 선거까지 끌고 온 힘은 카리스마다. 2016년 7월 도쿄도지사로 처음 당선된 후로 토양 오염 문제가 제기된 쓰키지 시장을 도요스로 이전시키며 추진력을 보여줬다.
두 번째 임기에 닥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방역 대책 및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주력했다.
고이케 도지사의 큰 특징은 "국가보다 먼저 손을 쓴다"는 점이다. 국가가 보류한 신축건물 태양광 발전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며, 2023년도부터 도내에 사는 18세 이하의 아이 1명당 월 5000엔(약 4만4000원)의 돌봄 수당을 지급했다. 올해 4월부터는 사립학교를 포함한 고등학교 급식을 실질적으로 무상화했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고 여론조사에서도 50%를 넘는 도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해진 간부들끼리만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톱-다운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렌호 의원은 꼬집기의 달인이다. 2004년 도쿄에서 참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해 어느덧 4선이 된 그는, 고이케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방송 뉴스를 진행한 경력이 있는 만큼, 국회에서 총리와 기업 단체 등을 상대로 또박또박 질문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2009년에는 자민당 정권에서 쓸데없이 낭비된 예산을 정리하는 '사업 구분' 담당을 맡아 "구분의 여왕(仕分けの女王)"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렌호 의원의 날카로운 질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렌호 체험'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그가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내세운 기치는 '반(反)자민당정치 비(非)고이케 도정이다. 고이케 도지사가 내세웠던 '7개(간호이직·잔업·도로 전신주·동서부 인프라 격차·만원 전차)의 제로' 공약 중 무엇 하나 실현된 것이 없다며 맹공격 중이다.
여기에 지난 4월 도쿄 15개 구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고이케 지사가 지원한 후보 3명이 연이어 낙마해 리더십에 금이 간 점도 렌호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니혼테레비는 분석했다.
◇렌호 출마로 '가시밭길' 깔린 고이케의 3선
야당 출신 렌호 의원의 호기로운 안티 고이케를 선언으로 고이케 도지사의 선거 전략은 복잡해졌다.
한 선거 전문가는 지지통신에 "예상 밖의 렌호 씨의 출마에 압승은커녕 패배도 각오해야 하는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먼저 출마를 선언하는 시점부터 김이 샜다. 지금까지 도지사 선거 유력 후보는 보통 후보 고지일 직전에야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렌호 의원의 한발 빠른 출사표에 고이케 도지사는 조급하게 출마를 선언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지지 세력과의 연계에 있어서도 예전처럼 자민당과 끈끈한 관계를 자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자민당 내 불법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돌아선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자민당이 '부전패'를 피하기 위해 공명당과 합세해 지원사격을 해준다 해도 집권 여당의 화력이 예전 같을 수는 없다.
렌호 의원은 원래 자신이 속했던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의 연계 지원을 받기로 했다. 입헌민주당은 최근 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이번 도쿄 도지사선거를도지사선거를 통해 수도까지 탈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분게이슌주가 고이케 도지사의 '카이로 대학 졸업'과 관련한 학력 사칭 의혹을 제기하는 등, 도지사 주변에서도 "원래대로라면 현직자가 유리하겠지만 학력 사칭으로 인한 타격도 크고, 상대적으로 젊은 렌호 씨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이케 도지사는 도지사 재임 기간, 간토대지진으로 학살된 조선인을 기리는 추모제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으며, 대지진 100주기였던 지난해에는 조선인 관련 혐오 발언을 한 단체 '소요카제'의 집회를 제지하지 않았다. 또 도쿄도가 제2 한국학교 설립을 위해 세워둔 부지 제공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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